어깨 무거워진 멀티 수비 자원 박진섭 “잘 준비하고 있으니 좋은 기회 오겠죠”[도하NOW]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일부 주전 선수들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그동안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의 선발 출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특히 수비 자원들의 줄부상과 부진한 경기력에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진섭의 선발 출전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대표팀은 풀백들의 줄부상에 수비 진용 구축에 애를 먹고 있다. 왼 풀백 김진수는 대회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조별리그 1·2차전 모두 결장했고, 그동안 선발로 나섰던 이기제(수원)은 오른쪽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겨 23일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 센터에서 진행된 훈련에도 불참했다. 오른쪽 풀백에는 설영우(울산)와 김태환(전북)이 있지만, 김태환도 종아리 근육에 불편함을 느껴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백스리 전환까지 언급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의 부진도 박진섭의 선발 출전 가능성을 높인다. 중원 미드필더 숫자를 2명으로 적게 두고, 황인범(즈베즈다)까지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활용하면서 홀로 최종 수비라인을 보호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박용우의 수비적인 부분에서 약점이 도드라지고 있다. 박용우는 헌신적인 수비보다는 공격으로 빠른 전환 패스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다. 특히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에서 자책골까지 기록하면서 비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은 박진섭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날 훈련 전 인터뷰에 나선 박진섭 이에 대해 “지금 경기를 못 나가는 선수들도 항상 뒤에서 잘 준비를 하고 있다. 누가 들어가든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순민 선수(대전)라든지 제가 미드필드 진영에서 수비적인 부분에서 조금 더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르단전에서 공격과 수비, 미드필더 간격이 벌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대가 수비를 단단하게 하고 역습에서 좋은 팀이다 보니 고전을 한 것 같다. 3선에서 봤을 때는 간격 유지라든지 라인 조정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소통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진섭은 기본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다. 센터백에 선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말에는 “소속팀에서도 봐왔던 자리라서 어색하지는 않을 거 같다. 잘 준비를 하고 있으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진섭은 과거 K3리그에서 시작해 K리그2와 K리그1까지 올라온 선수로, 이미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안산 그리너스와 대전 하나 시티즌을 거쳐 전북 현대에 입단한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등 여러 포지션에서 뛰었다. 이런 멀티 플레이어로서 능력이 대표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성인 대표팀에서는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이다. 그렇지만 긴장한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경험은 박진섭의 든든한 자산이다.
박진섭은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다재다능한 능력과 리더십으로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으며, 성공적인 활약으로 군 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그는 “아시안게임이 아시안컵보다 큰 메이저 대회는 아니지만, 토너먼트 대회이다 보니 그런 부분이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때처럼 우승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냐는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지금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팀 분위는 너무 좋고 우승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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