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명품백 해결됐을까…윤-한 충돌 이틀만에 봉합 수순
김건희 명품백·김경율 사천 논란이 발단…"잘 봉합될 것"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충돌한 지 이틀 만에 만나면서 갈등설이 봉합될지 관심이 모인다. 총선이 78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확전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인 상황이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화재 현장 점검을 위해 방문한 충남 서천 특화시장에서 만났다.
이날 오후 1시쯤 초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현장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강한 눈발이 날리는 날씨 속에서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하며 어깨를 '툭' 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함께 화재 진압 상황을 보고 받고 화재 현장을 둘러봤다. 이후 익산역에서 함께 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이 자연스럽게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후 서울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면 되냐'는 물음에 "저는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변함이 전혀 없다"며 "대통령도 저도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한동훈도 확전은 부담
당 안팎에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모두 서로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이 78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가 윤석열 정부 임기는 3년 이상 남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한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과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실제 과거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연판장을 돌리는 등 의원들이 단일대오로 움직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태에선 한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고, 대부분 의원들은 침묵한 채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 역시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던 때와는 달리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친윤(친윤석열) 이철규 의원도 "우려를 전달하고 그 우려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대화에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이 느껴진다"며 "그런 오해는 금방 풀리고, 국민과 당원들을 생각하면 저는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수습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3년 이상 남았다는 점은 한 위원장에게 부담이다. 한 위원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 주목받고 있지만 지금부터 윤 대통령과 등을 돌린다면 대선까지 남은 기간 입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면충돌 이틀 만에 만남, 수습 국면 접어드나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정면충돌 이틀 만에 만나면서 갈등이 예상보다 빠르게 봉합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이 갈등을 겪은 지점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마포을 '사천(私薦)' 논란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논란 두 가지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을 '사천'했다는 것이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지적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비대위원은 지난 8일 '김건희 리스크'를 여당 지도부로는 처음 언급한 뒤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 위원장은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의 손을 잡고 22대 총선에서 마포을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던 김성동 전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했고, 일각에선 시스템 공천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날 김 비대위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김 여사를 마리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이튿날인 18일 한 위원장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몰카 공작'을 강조하던 이전과 대응 방식이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대통령실과 갈등설이 나오자 한 위원장은 19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여서 갈등이라 할 문제는 없다"고 일축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김 비대위원 전략공천 논란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말인 2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와 만나 김 비대위원 사천 논란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위원장은 보도 직후 '대통령실 사퇴 요구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이라며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전날(22일) 국회 출근길에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5차 민생토론회에 불참했다. 같은 날 김 비대위원은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등에 대해선 사과했지만,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은 고수했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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