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서천화재 공동 대처'…갈등 불씨는 남아

김보선 2024. 1. 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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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신속 지원"…'특별재난지역선포' 검토
기다리던 한동훈 만나 포옹·격려
韓 "깊은 존중과 신뢰 전혀 변함 없어"
"기차 한번 같이 탔다고 끝나나" 평가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소방대원 대기 천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01.23. [사진=대통령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현장을 함께 찾았다.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요구로 충돌하며 긴장감이 고조되던 두 사람 사이에 물밑 대화가 이어져 오던 중, '민생문제 대처'라는 공통의 분모를 계기로 당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나란히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민들을 위로했다. 이후 두 사람은 현장을 방문한 당정 관계자들과 함께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역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면 되나'라는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변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그러니까 그런 말씀(갈등)을 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저는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율 비대위원 사퇴 문제에 관한 대화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없었다. 민생 지원과 관련한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남을 계기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으로 촉발된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대통령실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등과 관련해 한 위원장의 행보가 공정한 시스템 공천을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가 있었고, 한 위원장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전격적인 파열음이 일자 "이대로는 공멸한다"는 위기론이 대두됐다.

이후 양측은 모두 확전을 자제했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가 내홍 수습을 위해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실 역시 당과 물밑 대화를 이어 왔다.

'시장 화재'라는 민생문제를 함께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두 사람 사이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는지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1.23.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어쨌든 만난 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기차 한번 같이 탔다고 다 해결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양측에서 조금씩 더 내려놔야 한다.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용산에서도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관해 사과에 준한 메시지를 내놓는 식으로 한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 현장은 강추위 속에 눈까지 내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은 도착해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한 위원장을 비롯해 김태흠 충청남도지사,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정희용·정진석·홍문표·김형동 의원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함께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현장을 둘러봤다.

권혁민 충남 소방본부장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은 "바람이 많이 불어 피해가 커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현장에 나온 150여 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인근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며 동행한 이상민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 협력하여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말했다.

또 주민들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에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영주 장관에게도 "행안부와는 별개로 상인들을 잘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화재 진압을 마무리 중인 소방대원들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옷차림을 보니 마치 전투 현장의 군인 같다. "밤새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를 진압할 때 여러분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장비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여러분도 항상 안전에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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