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중병에 걸렸다”...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김용 2024. 1. 23. 1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용의 헬스앤]
50~60대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생활 습관 조심, 검진을 통해 혈관병 예방과 함께 암을 조기 발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뉴스1]

50~60대는 몸의 변화가 심한 시기이다. 남녀 모두 갱년기를 겪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목숨까지 위태롭게 하는 심장병(협심증-심근경색),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암 등 중병에 걸리기도 한다. 암은 50~60대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암은 교통사고처럼 갑작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 간의 생활 습관이 누적된 결과다. 가족력이 강한 암은 30대에도 발생하기도 한다.

50~60대는 남편의 명퇴-은퇴로 인해 심리적 동요-경제적 불안감도 높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남편이 중병으로 몸져누우면 충격이 크다. 뇌졸중은 생명을 건져도 몸의 마비, 언어 장애, 시력 문제 등 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말로만 들었던 '간병'을 해야 할 처지가 된다.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간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아이들이 다 커서 "이제 좀 쉬려고 하는 데..." 하루 종일 병 시중만 할 수도 있다.

중병 환자의 심리...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왜?

암은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병이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암'은 여전히 두렵다. 남의 일처럼 여겼던 암이 내 몸에 들어왔다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암 진단을 받으면 우울감에 빠져들고 "안 겪어 본 사람은 내 마음을 모른다"며 아내에 심한 짜증을 내기도 한다.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 과정에서 절정을 이룬다. 머리털이 빠지고 구역질을 하면서 시중드는 가족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한쪽 몸이 마비되는 증상이 왔을 때 그 좌절감은 천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느낌 이상일 것이다. "어렸을 때 봤던 중풍 환자의 모습을 내가 겪다니..." 힘겹게 목숨을 건져도 이제 정상적인 생활은 어렵다는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룬다. "중년의 나이에 벌써 요양병원에 들어가야 하나..." 온갖 상념으로 심신이 갈수록 피폐해진다.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도 우울감에 시달린다.

아픈 사람에 맞대응하면 안 된다... "내가 끝까지 챙기겠다" 믿음줘야

환자가 심리적 동요가 심할 때 아내, 남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픈 사람이 감정 그대로 내뱉는 말을 맞받아치면 상황만 더 나빠진다. "아, 내 옆에 이 사람이 있구나"라는 안도감과 믿음부터 줘야 한다. 암은 전염이 안 된다. 손부터 잡고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을 자주 해야 한다. 병마에 찌들고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수십 년을 함께 한 배우자만한 사람이 없다. 환자에게 "내가 끝까지 챙기겠다"는 믿음을 주면 치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의 치료에는 의료진 뿐만 아니라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족 중에 중환자가 나왔다면 의료진과 소통할 '대변인'을 정하는 게 좋다. 요즘은 의사, 간호사도 환자 측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수술이나 항암 치료가 필요할 때 가족과 상의한다. 자녀들은 학업, 직장 등으로 바쁘기 때문에 배우자가 대화 통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왕이면 남편이 위암 환자라면 스마트폰 등으로 틈틈이 건강정보를 읽는 것이 좋다. 의사와 상담할 때 이해하기 쉽고 질문을 미리 준비하는 등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환자 동우회 등 같은 병을 앓은 사람들과 교류하여 도움말을 얻을 수 있다.

암 늦게 발견하면 돈 많이 든다... 경제적 충격 줄이는 방안 강구해야

치료비 등 경제적 대안 마련도 중요하다. 암을 일찍 발견했다면 큰 돈이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늦게 발견하면 건강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 신약을 쓰는 경우도 있다. 한 번에 수백만 원 이상의 약값이 들 수 있다. 남편이 은퇴하고 재산이 집 한 채 뿐이라면 엄청난 부담이다. 건강을 회복해도 안정된 노후에 치명타가 된다. 몸의 마비 등 뇌졸중 후유증이 심한 사람은 간병인도 필요하다. 돈 들어 갈 곳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대안을 강구해야 경제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

80대 후반 남성이 "병든 아내를 요양병원에 보내고 싶지 않다"며 직접 간병하는 사연을 이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집에서 아내를 돌보기 위해 외부 약속을 잡지 않는다. 평생 고생한 아내를 온갖 환자들이 모인 낯선 요양병원에 맡길 수 없다는 각오다. 남편, 아내가 병들면 수십 년을 함께 한 배우자의 역할이 막중하다. 자식들이 요양병원 입원을 권해도 내가 반대하면 안 된다.

누구나 앓다가 죽는다... 아내, 남편 그리고 자식 고생시키진 말자

중년 이후는 질병과의 싸움이나 다름 없다. 자다가 편안하게 죽는 일은 드물다. 누구나 몇 달에서 몇 년을 앓다가 죽는다. 편안한 노후는 얼마나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을 누리느냐에 달려 있다.

50~60대는 노년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음식, 생활 습관을 조심해서 암, 뇌졸중 예방에 힘써야 한다. 암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내시경 검진이 있는 데도 대장암, 위암 사망률이 여전히 높다. 귀찮다고 검진을 미루면 아내, 남편 그리고 자식들까지 고생시킬 수 있다. 벌써 1월 막바지다. 새해 다짐한 '건강'을 다시 되새기며 내 몸은 물론, 배우자의 건강도 살피자.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