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은 e커머스 지도를 바꿀수 있을까

김민우 기자 2024. 1.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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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유통시장 온 오프라인의 벽을 허물고 '온오프라인 통합경쟁'을 위한 판을 깔아준 셈이다. 대형마트의 휴일 영업과 새벽배송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온라인 유통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오프라인 유통업체 규제를 적극 완화해주는 반면, 온라인은 플랫폼법 규제 강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시장에 균열 생길 것"
정부는 22일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 다섯번째, 생활규제 개혁'에 대형마트의 영업규제 개선을 포함했다.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해 평일에 휴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금지 조항도 풀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활성화한다는 게 골자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가 매월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휴업하도록 하고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마트는 주간에는 각 대형마트를 물류창고 삼아 익일배송, 시간지정배송 등을 하고 있지만 휴업일과 영업금지 시간에는 영리 활동을 일체 할 수 없어 새벽배송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 규제만 풀리면 전국의 주요 상권에 분포한 대형마트를 물류창고로 삼아 전국 새벽배송이 가능하다고 자신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기류는 조금 바뀌었다.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성에 의문이 생기면서다.

이마트는 계열사 쓱닷컴을 통해 새벽배송 확대에 나섰지만 2022년 말 대전·충청권 새벽배송을 종료하고 수도권에만 집중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자체 새벽배송은 접고 물류센터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영국 리테일테크업체 오카도와 손을 잡고 2025년부터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당일·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하려면 기존의 점포를 물류센터로 리뉴얼하고 대대적인 인력 투자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벽배송은 일반배송에 비해 인건비가 1.5~2배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마트 업계는 시장성 검토를 통해 새벽배송 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할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유통시장에 극적인 판도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업계가 공격적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새벽배송이라는 일부 이커머스 고유의 차별점이 사라지는 만큼 유통시장에 균열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마트업계도, 이커머스 업계도 또 다른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그 균열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소비패턴 바뀔 것...주말 손님 마트로 돌아온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유통업계가 기대하는 부분 중 또 다른 하나는 소비 패턴이다. 지난 10년동안 마트는 일요일에 두번 문을 닫는다는 인식이 생겼다. 지자체별로 매월 첫째 셋째 주에 닫는 곳도 있고 둘째, 넷째 주에 닫는 곳도 있다 보니 소비자들은 마트 문을 여는지 안 여는지 확인하고 가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규제로 인해 휴업일이 아닌 공휴일에도 마트를 찾는 손님이 줄었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이 불편함은 온라인 쇼핑몰이 해소해주고 자연스럽게 고객을 흡수해갔다. 특히 오픈마켓과 달리 직매입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쿠팡은 대형마트의 직접적 경쟁자가 됐다. 쿠팡은 새벽배송, 무료배송, 무료반품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갔고 어느새 롯데쇼핑을 제치고 이마트와 신세계를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주말에 마트가 문을 닫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는 것만으로도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매출이 상당 부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마트의 통상 평일 매출이 300억원, 주말 매출이 5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토대로 주말 2회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뀔 경우 월매출 320억원, 연간 3840억원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영업이익은 900억원 개선을 추정했다. 교보증권은 롯데마트의 주말과 평일 매출 차이를 90억원으로 가정하고 휴업 시 연 매출이 1728억원 확대될 것으로 봤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한 효과가 단순히 사라진 이틀간의 주말매출이 회복되는 것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휴일에 문을 닫지 않는다는 '연속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 연속성이 소비패턴을 바꿔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의 익숙함을 오프라인으로 돌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침투"...경쟁 치열한 온라인 시장 '역차별' 지적도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정책을 '온오프라인 통합경쟁'을 위한 판을 정부가 깔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 같은 직구업체들의 한국 시장 선점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오프라인만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추진하면서 오프라인 규제만 풀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플랫폼법이 도입되면 자사우대·끼워팔기 등 행위가 금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매출 하락은 규제가 아니라 온라인 쇼핑흐름이 뚜렷해 지는 글로벌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온오프라인 간 규제의 형평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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