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3위 희망' 바로 귀국도 못하는 중국 "탈락 확정 아닌 게 더 큰 고문이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차라리 탈락이면 하루라도 빨리 카타르를 떠날텐데…'
중국 축구가 치욕을 겪었다. 중국은 23일(한국시간)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카타르에 0-1로 졌다.
이날 패배로 중국은 2무 1패(승점 2점)의 성적으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첫 라운드에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건 처음 아시안컵에 나섰던 1976년 이후 48년 만이다. 당시 중국은 1무 1패로 승리 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
더 큰 굴욕은 무득점이다. 중국은 카타르전 완패와 더불어 한 수 아래라 여겼던 타지키스탄, 레바논과도 득점 없이 비겼다. 쉬운 골 찬스에서도 크게 떨어지는 골 결정력을 보여준 중국은 아시안컵 참가 이래 처음으로 조별리그 무득점의 최악의 결과를 냈다.
중국 축구가 다시 일어서려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동안 월드컵 출전 숙원을 이루기 위해 축구 굴기를 앞세워 자국내 환경에 상당한 투자를 펼쳤던 중국이다. 이 연장선으로 자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던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키면서 대표팀 전력을 상승시키기도 했다. 한때는 세계적인 명장에 브라질 귀화 선수들로 껄끄러운 상대로 불렸었다.
그러나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민낯을 드러냈다. 이후 경제적인 문제로 다수의 구단이 파산하면서 대표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큰 돈을 들였던 귀화 선수들이 하나둘씩 대표팀을 떠났고, 막대한 연봉으로 유혹했던 외국인 선수들도 유럽으로 돌아가면서 슈퍼리그 경쟁력이 뚝 떨어졌다.
더불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1년 넘게 A매치를 치르지도 못했다. 큰 돈을 받던 귀화 선수들이 떠나고 자국 선수들로 소집 훈련만 가지면서 체질을 바꾸려 노력했으나 경쟁력이 많이 내려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르면서 자신감을 보여줬지만 홈에서 대한민국에 0-3으로 패하면서 현실을 깨달았다.
아시안컵을 앞두고도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아시안컵을 통해 부활을 다짐하며 일찌감치 26명의 최종 명단을 확정하고 중동으로 건너갔다. 현지에서도 무려 네 차례나 평가전을 펼쳤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아시안컵 직전 중동에서 한 차례씩만 친선전을 가진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현지 적응을 위한 준비는 대단했다.
그때부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중국은 네 번의 평가전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절반의 성공이라기엔 상대 차이가 뚜렷했다. 중국이 두 차례 이긴 상대들은 아랍에미리트(UAE) 2부리그와 3부리그의 클럽이었다. 정작 같은 국가대표 간의 평가전이었던 오만과 홍콩에는 모두 패했다.
사실 중국이 오만과 홍콩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줄곧 들어왔었다. 그런데 홍콩에도 패하니 위기감이 드리워졌다. 중국이 홍콩에 패한 건 1985년 이후 39년 만이다. 늘 홍콩은 아래로 내려다봤던 중국인데 이번 평가전에서는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를 당해 아시안컵에서 창피를 당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팽배해졌다.
중국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클린스만호에 패한 걸 포함해 최근 A매치 3연패 부진이다. 중국의 전력이 기대 이하로 드러나자 축구 통계 사이트 '옵타'는 아시안컵 참가국의 우승 확률을 점치면서 2.2%의 낮은 가능성을 부여했다. 일본이 24.2%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가운데 한국(14.8%), 호주(11.1%), 이란(10.8%) 순에서 중국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우승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를 인용한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중국이 2.2%의 낮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대회를 앞두고 오만, 홍콩에 패하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중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려면 2위 자격을 얻어야 한다. 조 3위로도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게 진출하면 호주나 이란을 만나게 된다"고 걱정했다.
뚜껑으로 열어보니 결국 졸전이었다. FIFA 랭킹에서 한참 낮은 타지키스탄과 1차전을 첫 승 제물로 삼았지만 중국은 역동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타지키스탄의 공세에 시종일관 시달리며 주도하지 못했다. 타지키스탄의 전체 슈팅 수가 중국보다 2배가 많았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타지키스탄이 20개의 슈팅을 퍼붓는 사이 중국은 고작 10개에 그쳤다. 첫 슈팅도 전반 36분이 지나서야 나올 정도로 수세에 몰린 흐름이었다. 그 와중에 운도 따르지 않았다. 였다. 타지키스탄이 슈팅 20개를 기록했지만, 중국은 슈팅 10개에 그쳤다. 이날 중국의 첫 슈팅은 전반 36분이 되어서야 나왔다.
후반 35분 코너킥 상황에서 주천제가 크로스를 받아 헤더를 시도했고, 이 헤더는 타지키스탄의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은 냉정했다. 주천제가 머리에 볼을 맞히는 순간 타지키스탄의 야티모프 골키퍼가 튀어 나갔다. 자연스레 중국 입장에서 골라인 앞에 있던 하노노프는 가장 골라인에 가까운 상대 팀 선수가 됐다.
즉, 야티모프와 하노노프 사이에 중국 선수가 서 있다면,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위치가 된다. 그리고 이 위치에 있었던 브라우닝이 하노노프와 몸싸움을 벌였다. 이어서 주심은 브라우닝이 하노노프의 동작을 방해했다고 판단하며 골 취소를 선언했다.
불운 속에 타지키스탄과 비긴 중국은 2차전 레바논전에서 더욱 침몰했다. 레바논이 중국 골대만 두 차례 때릴 만큼 공격적이었다. 중국은 또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이 경기도 이길 기회는 있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에이스 우레이가 빈 골대에도 골을 넣지 못하면서 자멸했다.
자국내 비판이 상당했다. 경기 직후 "우레이가 빈 골대에 골을 넣길 거부했다. 중국 축구 팬들은 우레이의 경기력에 '이건 범죄다. 완전히 절망적'이라고 탄식했다"라고 보도했다.
소후는 "레바논전에서 선발로 뛰었지만 또 득점에 실패했다. 중국 역대 최다 득점자인 우레이는 현재까지 아시안컵 8경기에 출전해 2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우레이는 66분 동안 몽유병에 걸린 듯 부진한 경기력이었다. 박스 안에서 자신감이 떨어졌고 기회를 잡지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도 여론을 의식한 듯 카타르전에서는 우레이를 벤치 출발시켰다. 그만큼 승리를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 때마침 카타르가 미리 2연승을 챙겨 조 1위가 확정되면서 비주전을 내보냈다. 중국 입장에서는 카타르 2군에는 앞설 것으로 봤다.
그런데 조별리그 1승, 1골도 넣지 못하고 무너졌다. 경기 초반에는 의욕적으로 공격을 시도했지만 모조리 막히자 힘을 잃었다. 중국이 우레이를 투입하며 후반 승부수를 띄웠을 때 카타르가 비수를 꽂았다. 후반 19분 아크람 아피프가 올린 볼을 하산 알 하이도스가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카타르는 주전 공격수 조합으로 선제골을 넣고 더 분위기를 올렸다.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 모인 홈 관중들도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후에도 핵심 공격수 아크람 아피프가 매섭게 중국 배후 공간을 타격하며 추가골을 노렸다.
중국은 끝내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3전 2무 1패. 승점 2점으로 3위에 그쳤다. 최종전에서 레바논을 제압한 타지키스탄에 2위 자리마저 내줬다. 그런데 완전 탈락은 아니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위와 2위가 직행하고 각 조 3위는 성적이 좋은 4개국이 16강 진출 자격을 얻는다.
현재 중국은 6개 조 3위끼리 순위표를 봤을 때 이미 3위로 밀려있다. D조 3위 인도네시아와 E조 3위 바레인이 두 경기만 치르고도 승점 3점인 상황이다. 이들이 최종전을 패해 3위 와일드카드로 내려온다해도 중국보다 무조건 앞선다.
아직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지 않은 3위 국가인 시리아(B조), 팔레스타인(C조), 오만(F조) 등은 승점 1점인 상태. 최종전에서 이기거나 비기더라도 득점이 없는 중국을 밀어낼 가능성이 아주 크다.
중국은 냉정하게 3위 국가 중 상위 4위 안에 들기도 힘겨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완전 탈락은 아니어서 짐을 쌀 수도 없다. 일단 F조 경기까지 다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희망고문인 셈이다.
시나스포츠도 "중국은 이론상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있다. B조의 시리아-인도, C조의 홍콩-팔레스타인이 비기면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런데 시리아가 골이라도 넣으면 중국은 벼랑 끝으로 몰린다. 꼭 죽음을 기다리는 고문과도 같다. 역사상 최악이 대표팀이 낸 결과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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