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등재부터 경품제도 개선까지…KGMA 신년 토론회 개최
이번 신년 토론회는 한국 게임산업의 주요 쟁점을 살피고 나아갈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양대학교 이승훈 교수와 수퍼트리 최성원 대표, 법무법인 태평양 강태욱 변호사가 발제자로 나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문제와 게임 내 경품제도 규제, 웹3 게임시장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토론에는 한국게임기자클럽 곽경배 간사가 사회자를 맡아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회장, 한국게임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숭실대 김동호 교수, 게임인사이트 최호경 편집장, 경향게임스 김상현 편집장이 참여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승훈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국가별 정책 동향’을 주제로 관련한 주요국의 동향을 소개하고 한국 게임산업계의 대응 마련을 촉구했다. 국가별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한 여론과 움직임에 차이가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등재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존재하는 만큼 타국의 사례를 살피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게임이용장애’는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에 새롭게 등재했다. 등재가 예고됐던 2018년 당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9곳의 게임협단체가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내고 다른 전세계 정신 건강 연구자들도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없다는 점을 들어 문제시했으나 개정판 등재가 확정됐다. 이후 한국에서는 KCD 등재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린 끝에 국무총리실에서 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해 해외에서는 국가별로 차이가 존재했다. 전반적으로는 자율 규제를 중심으로 풀어가려는 모습이 엿보이는 반면 일부 국가는 정부 규제 차원에서 수용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유보적인 편이다. 게임을 규제나 치료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특히 게임이용장애가 청소년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목소리가 많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중립적이다. 초기에는 반대 목소리가 강했으나 최근 후생성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찬성 및 긍정적인 검토 움직임이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 게임산업협회를 통해 자율규제를 독려하고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는 상태다.
이 교수는 “중국 내 게임 관계자들은 게임이용자애 질병코드 등재를 당연시하고 있고 자체적인 기준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에 나온 강화된 게임 규제안의 경우 보류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규제 움직임이 뚜렷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한국게임산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현재 (게임이용장애) 진단 기준은 명확하지 못하고 가이드도 없고 구체적인 치료 방안도 없다”라며 “일반적인 약물 중독과 다른데 동일한 형태로 치료하는 것이 맞냐는 의문도 나오고 약물이 아닌 인지행동 치료나 주변의 도움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들어 게임을 오래 즐기면 뇌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는데 의학계의 논리를 반박하기보다는 우리의 데이터를 쌓아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라고 제안했다.
최성원 대표는 ‘게임 그리고 Web3’을 주제로 블록체인 기반의 웹3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그는 발표에서 웹3 게임시장 규모가 2023년 154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2030년에는 전체 게임 시장의 약 48%인 615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NFT 기반 게임인 ‘크립토도저’와 ‘도저버드’가 마케팅 없이 1500명 이상의 신규 이용자가 유입된 사례를 공개하며 충분히 도전할 시장이라는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웹3 게임 시장도 웹2 시장의 대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라며 “인디게임회사들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수익을 얻고 또 양질의 게임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제3자 결제가 가능해진 만큼 애플, 구글에도 웹3 게임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주목할 시장은 에픽게임즈스토어로 현재 웹3 게임과 관련해 자유롭게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유행했던 ‘프렌즈타임’의 경우 가위바위보 대결을 펼쳐 1등을 한 이용자에게 1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게임이라면 불가능했지만 서비스로 봤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산업의 경우 현금성 경품을 제공하는 사례가 많지만 게임에서는 제약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존재했던 경품고시의 폐지에도 게임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품 자체는 과소비와 관련한 부분으로 사행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게임에서만 유독 사행성과 연계시킨다”라며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는 한 운영에 따른 경품제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장 토론에 나선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의 경우 발제자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경품 규제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게임이용장애 역시 근거가 부족하고 불확실한 점을 꼬집었다.
이재홍 학회장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 사회 구조상 청소년들이 게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이 아닌 사회적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동호 숭실대 교수는 웹3와 메타버스에 대해 의견을 펼쳤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정의와 범주의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으며 현재 메타버스는 이론적인 모델의 극히 일부만 구현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게임과 메타버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서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서비스라고 언급하며 사용자 입장에서 게임으로 본다며 게임이 맞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KGMA의 이택수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신년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 게임산업이 요즘 주춤하고 있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듣고 나누고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회장은 “유럽과 중동의 전쟁 상황, 고유가·고물가·고금리, 총선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존재하고 게임산업이 풀어갈 산적한 화두들도 있다”라며 “이 자리가 게임산업의 현실을 점검하고 올 한해 게임산업의 방향성을 조금이나마 되짚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도 현장을 찾아 “최근 게임시장은 공급자에서 사용자에게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통신 환경의 발전으로 MMORPG 장르가 탄생할 수 있었는데 요즘 이를 중국 게임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안은 무엇일까. 현업에 계신분들이 충분히 해결할 것이라 믿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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