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나 달콤한 판타지 ‘웡카’…“영국 날씨와 싸워 얻은 영상”
초콜릿 마법사 웡카의 젊은 모습 담아
할리우드서 활약 정정훈 감독이 촬영
"샬라메는 각도마다 다른 근사한 얼굴"
사내는 초콜릿의 마법사다. 모자에 쏙 들어가는 장치로 다종다양한 초콜릿을 만들어 낸다. 맛은 으뜸이다.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몸이 공중에 뜬다. 윌리 웡카(티모테 샬라메)는 세계를 주유하며 익힌 초콜릿 제조법들을 사람들에게 맛으로 전하려 한다. 디저트 성지로 꼽히는 ‘달콤 백화점’에 점포를 내는 게 그의 인생 목표다.
그 백화점이 있는 도시에는 초콜릿 악당들이 있다. 담합으로 재료를 아끼고 폭리를 취한다. 천상의 맛에 가격까지 저렴한 웡카의 초콜릿이 도시에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 웡카는 시련을 맞고, 초콜릿에 의지해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3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영화 ‘웡카’는 뻔하지만 초콜릿처럼 달콤하기 그지 없는 판타지로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한다.
아동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뿌리 둬
웡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국 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아동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1964)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영화다. 소설은 영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1971)과 동명 영화(2005)로 2차례 스크린을 찾았다.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하고 조니 뎁이 주연한 동명 영화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웡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초콜릿 공장 소유자 웡카의 젊은 시절을 그린다.
뮤지컬 요소가 양념처럼 가미돼 있다. 웡카를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몇 차례 노래하고 춤을 춘다. 동화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스크린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버튼 감독 영화 속 기괴함과는 딴판이다. 샬라메는 촬영 4개월 전부터 매주 5일씩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춤과 노래 훈련을 받았다.
유명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콜먼이 웡카를 곤경에 빠뜨리는 악덕 숙박업소 주인 스크러빗을, 휴 그랜트는 웡카 뒤를 몰래 따라다니는 소인족 움파 룸파를, 로완 앳킨슨은 초콜릿 악당과 연대한 줄리어스 신부를 각기 연기했다.
촬영은 한국인 정정훈 촬영감독이 맡았다. 정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단짝 촬영감독으로 유명하다. ‘올드보이’(2003)와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등을 촬영했고 ‘스토커’(2013)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일하다 ‘그것’(2017) 이후 할리우드에서 계속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촬영감독협회(ASC) 회원이 됐다. 23일 오전 화상으로 만난 정 감독은 “(관객이) 영화를 보며 얼마나 동화될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고 촬영을 했다”며 “영상미보다는 사실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건물 세트 50개가량 지어 촬영
영화는 영국 런던과 라임 레기스, 배스, 와포드에서 촬영됐다. 영화 속 가상의 도시는 독일과 벨기에, 체코,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등의 건축물에서 착안한 건물 세트 50개가량을 지어 표현했다. 영화 속 주요 공간인 900㎡ 광장을 조성하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 초콜릿 악당들의 비밀 지하 사무실이 위치한 성당을 담기 위해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최초로 촬영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변화무쌍한 영국 날씨 속에서 촬영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장면들이 (날씨에 따라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고) 서로 자연스럽고 무난하게 연결되도록 애썼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촬영 당시 배우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샬라메는 각도마다 근사한 얼굴이 다르게 나타난다”며 “스타 의식 없이 형 동생처럼 주변과 어울리는 모습에 그가 왜 대단한 배우인지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웡카’는 지난달 8일 영국에서 첫 개봉했다. 미국 흥행집계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21일 기준 전 세계에서 5억3,324만 달러(약 7,113억 원)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패딩턴’ 시리즈의 폴 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유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어른도 미소 지으며 빠져들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웡카’는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어른용 동화 같다. 전체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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