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1층, 화재피해 상인 2층…“안 만나고 기냥 가는 겨?”

송인걸 기자 2024. 1. 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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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상인회 2층 사무실.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찾은 것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이다.

윤 대통령 일행은 화재 현장에서 상황보고를 받고 상인회 건물 1층을 방문해 상인대표 등과 만난 뒤 바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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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한동훈, 서천시장 20분 만에 떠나
“이야기 들어달라” 상인 막은 경호원 몸싸움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이 23일 불이 난 서천군 서천읍 군사리(충절로) 서천특화시장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들을 만나지 않고 떠나자 이에 항의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어, 경호원들이 빠지네? 우리도 안 만나고 기냥 가는 겨? 이게 뭐랴, 시방?”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상인회 2층 사무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모여 있던 피해상인들이 술렁이더니 이내 고함과 거친 말투가 쏟아졌다. “우리 얘기를 들어달라”며 몇몇 상인들이 사무실에서 뛰쳐나가려 하자, 경호원들이 막아섰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이 23일 불이 난 서천군 서천읍 군사리(충절로) 서천특화시장앞에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게 다 뭐하는 짓이여. 이러려고 온 거여?” 수산물 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우리 마음을 위로해주지 못할망정 불을 지른다”며 윤석열 대통령 일행이 떠나고 한참이 지난 뒤까지도 화를 삭이지 못했다.

상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천특화시장 화재현장을 찾은 것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이다. 윤 대통령 일행은 화재 현장에서 상황보고를 받고 상인회 건물 1층을 방문해 상인대표 등과 만난 뒤 바로 떠났다. 2층에서 대기하던 상인들은 만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상인들은 대통령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반색했다. 피해에 따른 신속한 지원 약속과 위로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윤 대통령에 앞서 시장을 찾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우리가 대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 그밖에 지원은 곧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내려올 예정이니 그때 말씀하시라”는 말을 들은 터라 대통령 방문 소식에 기대가 한껏 고조된 상태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떠나자 수행했던 장관들도 모두 자리를 뜨면서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 누구도 피해 상인들에게 직접 지원 대책을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서 회센터를 운영하는 임명수(66)씨는 “여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 설 대목을 앞두고 빚을 내 건어물 등을 사들여 놓은 사람도 수두룩하다”며 “당장 생계비도 없는 상황에서 현금 지원이 절실한 우리 사정을 대통령에게 말하려고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상인들을 아예 만나지도 않고 사진만 찍고 가버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랑 갈등이 있으니까 국민 여론 때문에 그냥 보여주기식으로 온 것 아니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밤새 불타는 점포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상인들은 윤 대통령의 돌연한 방문과 신속한 상경에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산물 가게를 하는 유아무개(50대)씨는 “어떻게 할지 몰라 허둥대는 등 경황 없는 상인들에게 대통령이 이래도 되느냐. 정치 쇼 하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는데 예상이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반발이 커지자 김태흠 충남지사는 “1층에 모인 이들 가운데 시장 분들이 많았다. 대통령께서 이들과 만나 위로한 뒤 떠난 것인데 2층에서 대기하던 상인들이 ‘우리를 안 만나고 갔다’고 오해하는 것”이라고 달랬으나, 상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서천특화시장은 22일 밤 11시8분쯤 수산동 쪽에서 불길이 시작돼 5개 동 292개 점포 가운데 수산동, 일반동, 식당동 3곳 점포 227개를 태운 뒤 23일 오전 7시55분쯤 진화됐다. 이 시장은 2004년 9월 개장한 연면적 7018㎡, 2층 규모의 현대식 중형 전통시장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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