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먼트 앞둔 클린스만호, 더 강인해져야 하는 이강인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20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요르단전 1-2로 뒤진 후반 36분. 바레인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페널티박스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다 왼발 슈팅을 날렸다. 밀집 수비에 맞고 굴절된 공이 측면을 거쳐 다시 넘어왔고, 노마크로 있던 이강인이 가슴 트래핑으로 잡아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 정면이었지만, 어렵게 쳐낼 수밖에 없었던 묵직한 슈팅이었다.
그러나 이날 이강인이 연출한 결정적인 장면은 많지 많았다. 바레인전에서 이강인과 요르단전의 이강인은 달랐다. 조별리그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면서 활약한 이강인의 움직임에 대해 요르단 선수들이 대비를 철저히 한 듯 보였다. 중원에서 한국 축구의 공격 템포가 엇박자가 난 원인이다.
이강인은 바레인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제한됐다. 왼발을 잘 쓰는 이강인이 크로스를 날리는 타이밍이나 공을 오른쪽에 두고 페이크를 주는 패턴에 상대 수비가 잘 읽었다. 또 중앙으로 치고 들어갔을 때는 요르단이 협력 수비로 대처했다.
페널티박스에서 이강인이 공을 잡았을 때도 이강인의 개인기에 상대 수비들이 공간을 잘 내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심리적으로 쫓기는 이강인의 조급한 플레이도 나왔다. 평소보다 볼 트래핑이 길고 무리한 드리블이 보였다.
이강인이 막히면서 대표팀은 템포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강인이 활기를 되찾아야 한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16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강팀들을 상대하려면 중원에서 이강인이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요르단전에서는 이강인이 측면에서 너무 제한된 역할을 맡으면서 상대에게 봉쇄됐는데 코칭스태프에서는 별다른 전술 전화가 없었다. 이강인을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경기내내 유기적인 위치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강인의 개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만들 주변 선수들의 전술적 움직임도 강조된다.
이강인의 왼발이 답답한 흐름에서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음도 재차 확인했다. 후반 추가 시간이 8분여 지난 시점에서 이강인의 프리킥 때 비록 골이 되지 않았지만, 박진섭의 헤더, 홍현석의 왼발까지 연이은 슈팅이 요르단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강인은 대표팀의 공격을 풀어낼 중원 ‘열쇠’다. 바레인전을 통해 그 진가를 확인했다. 이강인을 활용해야 할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능력도, 고비를 만난 이강인의 능력도 아시안컵을 통해 증명해야 할 시간과 마주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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