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버전 '김강민 사태'의 거센 여파…"新 시스템 구축 불가피→충격적 이적 많아" FA 보상선수 제도 폐지 검토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일본판 '김강민 사태'의 여파 때문일까. 일본야구기구(NPB)가 FA(자유계약선수) 보상선수 규정을 재검토한다. 제도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는 23일(이하 한국시각) "일본야구기구(NPB)가 현행의 FA 제도의 재검토를 본격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FA 이적에 대한 보상선수 제도에 대해서는 철폐 또는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야구계는 최근 한차례 매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유는 '보상선수' 때문이었다. 사건의 시작은 이러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에 승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야마카와 호타카가 FA 자격을 통해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야마카와는 일본을 대표하는 '슬러거'이지만, 지난해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
당시 야마카와는 "강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 여성의 입장은 달랐다. 야마카와는 이 사건으로 인해 세이부 라이온스로부터 '무기한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게 됐다. 이후 검찰을 야마카와를 '불기소'했지만, 세이부가 징계를 풀어주지 않은 탓에 그라운드로 돌아오지는 못했다. 결국 FA를 앞두고 있던 야마카와는 2023시즌 일정이 끝난 뒤 미야자키 피닉스 리그에서야 '쇼케이스'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야마카와가 FA 자격을 손에 넣었지만, 성범죄 혐의를 받았던 만큼 새로운 행선지를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모든 예상을 깬 구단이 있었다. 바로 소프트뱅크였다. 소프트뱅크는 야마카와의 영입을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번 겨울 거포 우타자 영입을 목표로 움직인 소프트뱅크는 야마카와가 미야자키 피닉스 리그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스아쿠트를 파견했고, 결국 계약까지 따냈다.
성범죄 논란을 일으킨 소프트뱅크는 야마카와를 영입했을 당시 팬들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았는데, 더욱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야마카와의 보상선수 명단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미·일 통산 163승'을 기록 중인 '리빙레전드' 와다 츠요시의 이름을 뺀 것이다. 와다의 경우 2002년 다이에 호크스에 입단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시절을 빼고는 줄곧 호크스 유니폼을 입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와다는 호크스에서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은데 이어 '다승왕' 타이틀도 품는 등 일본프로야구 통산 326경기에 출전해 159승 87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 특히 지난해 와다는 21경기에 등판해 8승 6패 평균자책점 3.24의 성적을 남기는 등 42세의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펼쳤다. 8승은 소프트뱅크 선발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승리였다.
'닛칸 스포츠'에 따르면 이런 와다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야마카와의 보상선수로 세이부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열린 KBO리그 2차 드래프트에서 김강민이 SSG 랜더스의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김강민과 같은 불상사는 없었다. 당시 세이부는 와다가 아닌 '최고 16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카이노 히로시를 지명했다.
와다의 이적이 현실화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와다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세이부가 지명권을 와다에게 행사할 뻔했던 것은 분명하다. 와다가 아닌 카이노가 세이부로 이적하게 된 것은 '닛칸 스포츠'의 보도가 나온 뒤 세이부와 소프트뱅크가 논의를 거쳤던 까닭. 거센 폭풍이 몰아친 만큼 일본야구기구는 현재 보상선수 제도를 수정할 방침이다.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본프로야구 선수회는 총회를 통해 보상선수와 관련해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리고 NPB 또한 FA 보상선수에 대해서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매체는 "충격적인 형태로 이적하는 케이스가 자주 있다"며 "야구계에서는 이전부터 현행 제도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뿌리 깊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야구계에서는 찬반양론이 있는 모양새다. '데일리 스포츠'는 "보상선수 제도를 철폐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보상 시스템 구축이 불가피한 만큼 신중하게 논의를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FA 이적 제도가 이제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경우 보상선수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모리 타다히토 사무국장은 23일 "선수회는 이전부터 보상 자체를 철폐해 달라는 이야기를 해왔다. 보호선수 명단은 구단 밖에 모른다. 보호선수 명단은 구단과 NPB 또는 제3자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규정을 위반했을 때의 벌칙도 필요하다"며 "이렇게 된 바 보상선수 규정이 철폐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FA 선수가 이적하더라도 보상선수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는 오직 KBO리그와 일본에만 존재하는 시스템. 일본이 과연 어떠한 변화를 가져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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