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에서 입주까지 29개월', 넉 달 더 늘었다... 고금리, 공사비 탓

국토부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보급
공사비 조정 위한 근거 마련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전국 아파트 공사 기간이 30개월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추세에 공사비까지 오르며 착공이나 분양이 지체되는 사업장이 늘어난 탓이다.

23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올해 입주가 예정된 전국 아파트 33만2,609가구를 대상으로 분양에서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29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3개월, 2020년부터 4년간 평균치보다 4개월이 더 늘어났다.

지역별 공기는 수도권(28개월)보다 지방(31개월)이 길었다. 대구(39개월) 세종(35개월) 대전(32개월) 인천(32개월) 강원·충남·충북(31개월) 경북(30개월) 등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사업 형태별로는 재개발(32개월) 분양(29개월) 지역주택조합(28개월) 재건축·리모델링(26개월) 순서로 공기가 길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의 91%는 2021년 이후에 분양돼 금리·공사비 인상의 영향을 받았다”며 “앞으로 신축 아파트에 엄격한 층간소음 기준이 적용되고 부실공사 관리 감독이 까다로워져 입주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지방자치단체에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표준계약서)’를 배포해 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벌어지는 공사비 갈등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표준계약서의 핵심은 공사비를 산출하고 조정하는 세부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공사비 총액만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관행 탓에 시공사가 공사비 조정을 요구할 때 조합이 그 적절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웠던 점을 고려했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시공사는 계약 체결 전 자재별 물량·수량·단가가 명시된 산출내역서를 조합에 내야 한다. 설계 변경에 따라 공사비를 조정한다면 이 역시 기존·신규 자재별로 단가 조정 방식을 못 박은 조정 기준을 따라야 한다.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기준도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에서 국가계약법에 따른 지수조정률 방식으로 대체해 현실성을 높였다. 전체 공사비 가운데 비중이 큰 자재에 대해서는 착공 이후에도 물가를 반영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표준계약서 사용이 의무 조항은 아닌 만큼,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비사업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사용을 유도한다면 현장에 점차 정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