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미·중 반도체 전쟁에 어려움 처한 한국, 美편에 서야”

정미하 기자 2024. 1. 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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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면서 경제 성장의 막대한 부문을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기업 경영자와 정책 결정권자가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든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 시각)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경제는 반도체 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특히 취약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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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면서 경제 성장의 막대한 부문을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기업 경영자와 정책 결정권자가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든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 시각)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0년 중국 북동부 다롄에 위치한 인텔 공장을 90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당시만 해도 다롄 공장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관련 재료와 장비에 대한 접근권을 차단하면서 SK하이닉스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파이올리 에스테이트에서 정상회담 후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 로이터

이 매체는 “SK하이닉스는 인수 거래가 종료된 이후 수년 동안 다롄 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약속할 수 없었다”며 “인텔의 로고는 여전히 공장 단지 유리에 자리 잡고 있고, 2025년에야 인수 마감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은 2022년 10월,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에 한해 고급 장비를 중국에 계속 들어오는 것을 무기한 면제했지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해당 면제안이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와카스키 마사히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연구원은 “다롄에 위치한 SK하이닉스 공장은 미국의 규제로 인해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며 “미국 대선과 그 이후의 미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SK하이닉스가 다롄에서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경제는 반도체 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특히 취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분리될 경우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핵심 반도체 제조 10단계 중 식각, 플라즈마 증착, 스퍼터링 등 제조단계 중 절반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웨이퍼 세정 등 나머지 부문을 주도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제조국으로서 한국의 핵심 역할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주로 제공하는 기술과 재료, 전문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반도체 부문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려면 중국이 아닌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이 무작정 미국 편에 설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은 이미 미국과 중국이 싸울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10년 전에 피해 상황을 목격했다”고 짚었다.

지난 2016년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도록 허용하면서 중국 당국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발동, 중국 관광객의 한국행을 막았다. 최근에는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국은 또다른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통상 전문가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나오는 위험요인과 압박, 기회를 저울질하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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