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타고 콜드플레이 보러 간 필리핀 대통령... '기후 악당' 비판 쏟아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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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에서 열린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공연을 관람하는 데 전용 헬기를 이용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콜드플레이가 평소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갖고 탄소 배출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그의 공연을 보러 간 대통령은 짧은 여정에 전용기를 타면서 '기후 악당'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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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실 "안전 위한 조치" 해명에도
시민 "차라리 가지 말았어야" 분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에서 열린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공연을 관람하는 데 전용 헬기를 이용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콜드플레이가 평소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갖고 탄소 배출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그의 공연을 보러 간 대통령은 짧은 여정에 전용기를 타면서 ‘기후 악당’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는 지난 19일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전용 헬기를 타고 나타났다. 공연장인 필리핀 아레나는 대통령궁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다. 마닐라는 평소에도 교통체증이 심각한데,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약 4만 명이 몰리면서 도로가 꽉 막히자 이를 피하기 위해 헬기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헬기에서 내리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뒤 온라인 공간에서는 대통령이 공적 목적이 아닌 개인 일정에 국민 세금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현지 프리랜서 기자 닉 빌라베세르는 “보통 사람들은 교통 문제 때문에 콘서트 시작 7시간 전부터 집을 나서야 했다”며 “마르코스 대통령의 선택은 일부 관객이 차량 행렬에 갇혀 콘서트 전반부를 놓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바얀’의 레나토 레예스 주니어 대표는 “평범한 통근자들은 이 시간에도 교통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헬기 이용에 공적 자금이 얼마나 쓰였는지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대통령 경호실은 “예기치 못한 교통 혼잡 상황이 대통령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어 헬기를 타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애초에 대통령이 공연장에 가면 안 됐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마르코스 대통령의 행동은 평소 콜드플레이의 ‘환경 보호’ 움직임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콜드플레이는 2019년 “탄소 중립 공연 방안을 찾을 때까지 세계 투어를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3년 뒤 공연을 재개한 이후에는 불가피하게 비행기를 타야 할 경우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 사용 항공기를 이용하고, 티켓이 한 장 팔릴 때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방안으로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마르코스 대통령은 ‘기후 파괴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헬기를 타고 공연장으로 이동, 콜드플레이의 환경 보호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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