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유일 통화로 유로 사용 강제…세르비아계 주민 반발

박병수 기자 2024. 1. 2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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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가 자국 통화로 유로만 쓰도록 강제하는 조치를 내리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코소보는 지난 2002년부터 유로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으나, 세르비아계 주민이 다수인 북부 지역에선 세르비아 통화인 디나르가 널리 쓰였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에서 디나르의 사용 금지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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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 다섯 나라의 정상이 22일 북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몬테네그로의 밀로이코 스파히치 총리,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 북마케도니아의 디미타르 코바체프스키 총리,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 코소보의 알빈 쿠르티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코소보가 자국 통화로 유로만 쓰도록 강제하는 조치를 내리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유로 사용 의무화가 발칸반도의 ‘화약고’에 새로운 뇌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코소보 중앙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현금사용 규정’(RCO)이 발효된다고 밝혔다고 유럽연합(EU) 전문매체 유락티브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현금사용 규정에는 위조 지폐나 다른 금융 범죄를 막기 위해 유로를 유일하게 사용이 허용되는 통화로 규정되어 있다.

코소보는 지난 2002년부터 유로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으나, 세르비아계 주민이 다수인 북부 지역에선 세르비아 통화인 디나르가 널리 쓰였다. 특히 세르비아에서 연금을 받는 주민과 세르비아계 은행, 학교나 병원 등 세르비아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관은 디나르만 써왔다.

이 때문에 세르비아계에선 이번 규정 발효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주요 세르비아계 정당인 세르비아 리스트는 이번 조처가 “세르비아계 주민의 물리적 생존을 직접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세르비아계를 몰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르비아 정부도 반발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에서 디나르의 사용 금지에 맞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EC) 의장에게 새 규정의 시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세르비아 방송이 보도했다.

발칸반도의 화약고에서 다시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유럽연합(EU)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럽연합 대변인 피터 스타노는 “유럽연합 위원회가 코소보의 결정을 분석하고 이런 결정의 이유와 동기, 함의 등에 대한 설명을 구하고 있다”며 “코소보와 세르비아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율되지 않은 행동을 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는 과정에서 1만3천여명이 숨지는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포해 유엔과 미국 등의 인정을 받았으나,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코소보 내부에서도 주로 북부 지역 세르비아 국경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독립에 반대하며 종종 코소보 중앙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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