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KT&G, 사장 교체 앞두고 내우외환
9년간 최장수 사장을 지낸 백복인 사장의 퇴임 선언과 함께 사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KT&G가 연이은 부정적인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치인 쪼개기 후원금 논란에 이어 사외이사의 감시 소홀을 이유로 행동주의펀드가 1조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는 등 '격랑의 시기'에 놓였다는 평가다. KT&G의 순혈주의에 균열을 내서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이 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 감사위원회에 이사회를 상대로 배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제기 청구서를 보냈다. 감사위원회가 이사회에 포함돼 있어 사실상 '셀프 소송'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감사위원회가 한달 내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주주 대표로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단 계획이다.
FCP는 KT&G 이사회가 자사주를 매입해 백 사장을 비롯해 민영진 전 사장 등이 대표로 있는 재단과 기금에 무상 증여해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경영진의 경영권 강화와 배당금에 쓰였다는 것이다. 소송액은 자사주 1085만주를 지난 9일 종가(주당 9만600원)로 환산한 9830억원이다
KT&G는 자사주를 15.30% 보유해 기업은행 6.93%, 국민연금공단 6.31%,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 7.12% 등을 넘어선다. 여기에 KT&G의 공익법인인 KT&G복지재단(2.23%)과 KT&G장학재단(0.63%)도 지분이 있다. 복지재단은 민 전 사장이, 장학재단은 백 사장이 맡고 있다. 1%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FCP는 신임 사장 선임 과정에서 관련 이슈를 계속 부각시켜 순혈주의을 붕괴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담배규제를 막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해 국회의원에 쪼개기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도 최근 불거졌다. 직원 213명이 정치자금법에서 허용하는 개인당 10만원씩 4명의 국회의원에게 나눠 후원한 내용이다. 당시 백 사장이 KT&G를 이끌던 시점이라 현 경영진에 부담이다.
현 경영진의 경영실패가 부각된 사례도 있다. KT&G가 미국에서 출시한 카니발과 타임의 유해물질 성분을 식품의약국(FDA) 보고에서 누락시켰고, 제품의 동일성 원칙을 어긴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담배사업을 하기 위해 미국 주정부에 낸 1조5400억원의 장기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할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KT&G는 지난 11일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사외 후보 14명, 사내 후보 10명 등 24명의 차기 사장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하고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다음달 중순까지 심사대상자(숏리스트)를 확정해 명단을 공개하고, 다음달 말 최종후보자를 확정한다. 백 사장은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KT의 사례처럼 전현직 임원이 차기 사장에 오르면 KT&G의 순혈주의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KT의 경우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했지만 차기 면접대상자 4명이 모두 KT 전현직 임원으로 알려져 이권 카르텔 비판이 일었다.
KT&G는 연이은 부정적 이슈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내부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문서나 SNS 내용이 유출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 사장이 퇴임을 공식화한 이후 내부 장악력이 약화된게 아니냐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외부에서 제기되는 각종 악재와 관련해 규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FCP가 제기한 재단 기금 무상 증여 논란과 관련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익법인과 근로자의 복리후생 증진 목적으로 자사주 일부를 출연했다"며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 조사에 대해선 "2021년 이미 공시한 내용으로 그때 이후 상황은 변함이 없고 미국 측으로부터 최근 어떤 연락이나 통보를 받은 바 없어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장기예치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쪼개기 후원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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