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병 수술 이후 … 움츠리지 말고 운동하세요
선천성 심장병, 출생 전 진단
대부분 태어나면 바로 수술받아
과잉보호 속 크는 경우 많지만
되레 신체능력 악화돼 부적응
20년 진료현장서 운동효과 증명
2016년부터 환우회와 산행 시작
내달 히말라야 원정 떠나기도
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는 핏기가 없는 얼굴, 약한 체력 등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선천성심장병 자녀를 둔 부모는 무리한 운동으로 심장에 무리가 갈까 활동을 제한하고, 조금만 힘들어 하면 업어주는 등 과잉 보호를 당연시한다. 선천성심장병 환자의 수술 후 운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의료진 역시 무리한 운동을 삼가라는 조언을 한다.
그러나 김웅한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수술 후 심장 기능에 이상 없음이 확인된 후에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체력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극심하게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경우 운동을 주의해야 하지만 검사를 통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운동을 해도 된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복잡한 선천성심장병을 수술한 환자들이 '수술 후 어느 정도 운동이 가능한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혹은 연구가 없다. 이 때문에 의료진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김 교수는 20년 동안 임상 현장에서 이들이 운동을 할수록 체력이 더 좋아졌음을 확인했고, 이와 관련된 연구도 시작했다.
심장은 2심방 2심실이다. 가장 심각한 선천성심장병은 심방이 하나의 심실로만 연결된 심장기형 '단심실'이다. 김 교수는 "단심실 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유산소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는 논문만 있다"며 "꾸준히 운동을 시킨 우리 환자들은 오히려 유산소 운동능력이 올라가는 놀라운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실제 단심실로 태어난 환자의 유산소 운동능력(심폐 체력 지표인 최대 산소 섭취량) 관찰 결과로 이를 설명했다.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은 7~23살 단심실 환자의 유산소 운동능력을 관찰한 결과, 7살 32.1㎖/㎏/min이었던 최대 산소섭 취량은 22살 18.2㎖/㎏/min까지 떨어졌다. 성별과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0㎖/㎏/min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정상이라고 판단한다. 22살까지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던 환자의 유산소 운동능력은 정상 범위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김 교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심장재활의학 교수와 상의했고, 22살부터 주 3회 러닝머신 운동 처방을 내렸다. 1년 뒤 환자의 유산소 운동능력은 24.7㎖/㎏/min까지 증가했다.
김 교수는 "학문적으로 단심실을 포함하는 복잡 심장병 아이들이 수술 후 운동을 해도 문제가 없는지 연구한 논문이 없어 연구를 시작했고, 심장병 환자들의 운동 가이드를 만드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와 오랜 세월 함께했다. 환자 부모들에게 심장병에 대한 강연을 해주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환우회는 2016년 김 교수에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야외활동으로 등산을 제안했고, 대학 산악부 출신으로 꾸준히 등산을 즐기던 김 교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첫 산행 '한라산'에 동행했다. 정상을 오르겠다는 욕심보다 도전에 의미를 두며 찾았던 한라산을 12시간에 걸쳐 부상 없이 안전하게 내려왔다. 아이들을 포함한 전원이 무사히 하산한 뒤, 김 교수가 감격해 툭 내뱉은 말이 "우리 꼭 히말라야를 한번 가봅시다"였다. 이후 환우회는 한두 번의 이벤트가 아닌 9년째 등산을 이어오고 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설악산 정상 대청봉도 4시간 만에 올라가는 등 아이들의 체력은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다. 혹서기, 혹한기를 제외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산에 올랐고 매년 20회 정도 단체 등산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교수와 환우회는 다음달 9년 전 약속했던 히말라야로 떠난다. 지난해에는 히말라야 원정을 위해 예전보다 많은 총 31번의 단체 산행과 훈련으로 철저한 준비를 했다. 2월 2일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로 출국해 11박 13일의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 원정대는 5명의 심장기형 환자들과 부모, 김 교수를 포함한 의료진 3명이 주치의로 동행한다.
선천성심장병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 진단된다. 태어나면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 수술 후에는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출산 전 아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성장하면서 잘못된 사회적 인식과 편견으로 불이익도 받는다. 학창 시절에는 약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취업의 어려움과 결혼마저 순탄치 않다.
김 교수는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다른 이들과 똑같이 살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열심히 설득하지만 역부족이다. 또 정상인과 똑같다는 소견서를 아무리 써줘도 사회에서는 여전히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환자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더 키우고 있다"며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부터 시작해 이번 히말라야 원정까지 산행은 단순히 아이들의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 선천성심장병과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차별을 없애기 위한 김 교수와 환우회의 노력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선천성심장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인식을 바꿔야 편견과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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