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병 수술 이후 … 움츠리지 말고 운동하세요

2024. 1. 23. 1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웅한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
선천성 심장병, 출생 전 진단
대부분 태어나면 바로 수술받아
과잉보호 속 크는 경우 많지만
되레 신체능력 악화돼 부적응
20년 진료현장서 운동효과 증명
2016년부터 환우회와 산행 시작
내달 히말라야 원정 떠나기도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환자와 부모, 김웅한 서울대병원 교수가 산 정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는 핏기가 없는 얼굴, 약한 체력 등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선천성심장병 자녀를 둔 부모는 무리한 운동으로 심장에 무리가 갈까 활동을 제한하고, 조금만 힘들어 하면 업어주는 등 과잉 보호를 당연시한다. 선천성심장병 환자의 수술 후 운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의료진 역시 무리한 운동을 삼가라는 조언을 한다.

그러나 김웅한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수술 후 심장 기능에 이상 없음이 확인된 후에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체력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극심하게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경우 운동을 주의해야 하지만 검사를 통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운동을 해도 된다"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복잡한 선천성심장병을 수술한 환자들이 '수술 후 어느 정도 운동이 가능한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 혹은 연구가 없다. 이 때문에 의료진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김 교수는 20년 동안 임상 현장에서 이들이 운동을 할수록 체력이 더 좋아졌음을 확인했고, 이와 관련된 연구도 시작했다.

심장은 2심방 2심실이다. 가장 심각한 선천성심장병은 심방이 하나의 심실로만 연결된 심장기형 '단심실'이다. 김 교수는 "단심실 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유산소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는 논문만 있다"며 "꾸준히 운동을 시킨 우리 환자들은 오히려 유산소 운동능력이 올라가는 놀라운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실제 단심실로 태어난 환자의 유산소 운동능력(심폐 체력 지표인 최대 산소 섭취량) 관찰 결과로 이를 설명했다.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은 7~23살 단심실 환자의 유산소 운동능력을 관찰한 결과, 7살 32.1㎖/㎏/min이었던 최대 산소섭 취량은 22살 18.2㎖/㎏/min까지 떨어졌다. 성별과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30㎖/㎏/min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정상이라고 판단한다. 22살까지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던 환자의 유산소 운동능력은 정상 범위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김 교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심장재활의학 교수와 상의했고, 22살부터 주 3회 러닝머신 운동 처방을 내렸다. 1년 뒤 환자의 유산소 운동능력은 24.7㎖/㎏/min까지 증가했다.

김 교수는 "학문적으로 단심실을 포함하는 복잡 심장병 아이들이 수술 후 운동을 해도 문제가 없는지 연구한 논문이 없어 연구를 시작했고, 심장병 환자들의 운동 가이드를 만드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와 오랜 세월 함께했다. 환자 부모들에게 심장병에 대한 강연을 해주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환우회는 2016년 김 교수에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야외활동으로 등산을 제안했고, 대학 산악부 출신으로 꾸준히 등산을 즐기던 김 교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첫 산행 '한라산'에 동행했다. 정상을 오르겠다는 욕심보다 도전에 의미를 두며 찾았던 한라산을 12시간에 걸쳐 부상 없이 안전하게 내려왔다. 아이들을 포함한 전원이 무사히 하산한 뒤, 김 교수가 감격해 툭 내뱉은 말이 "우리 꼭 히말라야를 한번 가봅시다"였다. 이후 환우회는 한두 번의 이벤트가 아닌 9년째 등산을 이어오고 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설악산 정상 대청봉도 4시간 만에 올라가는 등 아이들의 체력은 보통의 사람들과 똑같다. 혹서기, 혹한기를 제외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산에 올랐고 매년 20회 정도 단체 등산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교수와 환우회는 다음달 9년 전 약속했던 히말라야로 떠난다. 지난해에는 히말라야 원정을 위해 예전보다 많은 총 31번의 단체 산행과 훈련으로 철저한 준비를 했다. 2월 2일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로 출국해 11박 13일의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 원정대는 5명의 심장기형 환자들과 부모, 김 교수를 포함한 의료진 3명이 주치의로 동행한다.

선천성심장병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 진단된다. 태어나면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 수술 후에는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출산 전 아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성장하면서 잘못된 사회적 인식과 편견으로 불이익도 받는다. 학창 시절에는 약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취업의 어려움과 결혼마저 순탄치 않다.

김 교수는 "심장병을 갖고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다른 이들과 똑같이 살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열심히 설득하지만 역부족이다. 또 정상인과 똑같다는 소견서를 아무리 써줘도 사회에서는 여전히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환자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더 키우고 있다"며 "선천성심장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부터 시작해 이번 히말라야 원정까지 산행은 단순히 아이들의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 선천성심장병과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차별을 없애기 위한 김 교수와 환우회의 노력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선천성심장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인식을 바꿔야 편견과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