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미라 시밀러' 첫 1위 삼성에피스…애브비 아성 흔들까

안대규 2024. 1. 23. 16: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애브비 철통 수비 속 시밀러 첫 1위 기록
낮은 리베이트 높은 할인폭 '저가'승부수 통했다…IC승인 관건
시밀러 9곳 가격 공세에 애브비 타격 불가피…시장 18조로 축소
삼성바이오에피스_하드리마


연간 23조원 시장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이 본격 개화된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월간 기준 점유율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아직 시장점유율은 미미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오리지널 제약사 애브비의 아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애브비의 방어 성공 그러나...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2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처방실적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제품명 하드리마)가 시밀러업계 1위를 차지했다.

하드리마는 12월 미국 시장점유율 0.8%를 기록해 2위 미국 암젠(암젠비타, 0.7%)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3위는 스위스 산도스(하이리모즈), 4위는 미국 코헤러스(유심리)가 차지했고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실테조), 인도 바이오콘(훌리오)가 뒤를 이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해 1월 암젠이 처음 제품을 출시한 가운데,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베링거인겔하임, 산도스, 9월 미국 화이자 등이 잇따라 제품을 내놓으면서 현재 미국 내 9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휴미라 특허 만료와 맞물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을 놓고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잇따라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가격 경쟁이 붙으면서 연간 23조원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조원 규모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휴미라의 매출 역시 타격을 입어 37%가량 줄 것이란 전망이다.

휴미라 시장 12월 처방실적. 자료 아이큐비아,삼성바이오에피스

애브비는 휴미라를 통해 시장점유율 97%로 시장 수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방어를 위해 막대한 리베이트 비용을 지출하면서 상당한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시간이 갈수록 점유율은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밀러업계 관계자는 "미국 의사들이 처방전을 쓸 때, 행정 절차적 복잡성 때문에 관성적으로 기존 처방(휴미라)을 그대로 내는 사례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고 있다"며 "미국의 보험사 가운데 시밀러만을 취급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까지 미국 내 PBM 등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애브비와 차별화된 가격 정책으로 시장 침투 성공  

시장에선 암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출시 시점이 반년이나 빠른 데도 역전당한 것에 놀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7~11월은 시장점유율 면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암젠에 이어 줄곧 2위를 차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은 차별화된 가격 전략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시밀러업체들은 미국 내 판로를 책임진 보험사(PBM)에 더 많은 리베이트를 주기 위해 오리지널 대비 할인율은 낮춘 '고가'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애브비 역시 비슷한 '맞불'전략으로 맞서면서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거꾸로 리베이트 비용 지불은 낮고 오리지널 대비 할인율은 높인 '저가'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시밀러업계 고위관계자는 "미국 PBM마다 리베이트 매출 의존도가 각기 다른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러한 PBM수요를 잘 파악해 차별화된 가격 전략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미국도 유럽처럼 시밀러가 시장 잠식 가능할까 

올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상호교환성(IC) 승인이다. IC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별도로 도입한 바이오시밀러 허가 프로세스로,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대체 처방받아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가장 먼저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IC 자격을 획득한 베링거인겔하임(실테조)의 경우, 유럽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시하지 않고 미국 시장에만 집중했다. IC를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미국 내 대형 보험사 및 PBM 등재에 성공했다.

최초 IC 승인 제품은 1년간 IC 독점권을 가지며 내년 7월부터 실테조의 IC 독점권이 만료된다. 따라서 이후에 IC 지위 획득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기회를 잡게 된다. 현재 추가로 IC를 승인받은 기업은 화이자(아브릴라다)이고, 암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FDA의 심사를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 미국도 유럽처럼 바이오시밀러가 휴미라 시장을 잠식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유럽의 경우 2018년 10월부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렸으며 현재까지 총 7종의 제품이 출시됐고 시장 점유율은 휴미라가 30%, 바이오시밀러가 70%다.

휴미라 같은 만성 염증질환 치료제는 오랫동안 같은 약을 투약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유럽 휴미라 시밀러 시장의 초기 선점자인 암젠, 산도스, 삼성바이오에피스 3곳의 시장점유율은 55%에 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미국은 유럽과 시장 환경은 전혀 다르며, 우선 처방권에 진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보험사들과 협의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암젠, 산도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주요 기업들은 각각 20~30% 범위의 보험사 등재율을 나타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