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숙원 해결했다고 의원 퇴출 요구한 경실련…IT업계 "황당"
저격받은 의원들 "전국민이 벤처활성화 지지" 강력 반발
IT업계 "경실련, 벤처현실 외면한 채 교조적 주장 되풀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벤처기업에 한정된 복수의결권 도입을 주도한 의원들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공천배제 명단’에 올린 것을 두고 IT·벤처업계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경실련은 지난 17일 제한적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하 벤처기업육성법) 통과를 주도한 권칠승·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공천배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검증촉구 의견을 각 당에 냈다. 반개혁입법을 주도했다는 이유다.
벤처업계 숙원…문재인·윤석열정부 모두 적극 추진
개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투자 유치로 인해 창업주의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할 경우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투자유치로 창업주나 최대주주가 자칫 경영권을 상실할 위험을 줄이자는 목적이다.
복수의결권주식 존속기한은 최대 10년이며 상장 시엔 최대 3년으로 축소된다. 존속기한이 경과하면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주로 자동 전환된다. 또 창업주가 해당 주식을 타인에게 넘기거나 이사를 사임한 경우에도 보통주로 전환된다. 아울러 ‘재벌 대기업의 악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해당 기업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경우에도 복수의결권 주식은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했다.
경실련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부터 복수의결권 도입을 강력 반대해 왔다. 일단 복수의결권이 도입될 경우 추후 벤처기업에 한정돼 있는 법의 안전장치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였다. 결국 일반 기업으로 확대되고 이는 결국 재벌의 승계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아울러 외부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벤처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무의결권 주식 등이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복수의결권 도입이 오히려 벤처기업 창업주들의 도덕적 해이와 벤처 버블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그러면서 복수의결권제도에 대해 “진정으로 혁신적인 벤처기업들에게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으나 재벌들은 오랫동안 갈망했던 제도”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의해 ‘반개혁 입법’ 당사자로 지목된 해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병욱 의원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활성화는 전 국가적·전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정책”이라며 “벤처기업육성법 발의·통과 성과로 저는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벤처 단체들로부터 감사패와 공로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젊은 벤처기업가들도 저의 입법활동에 대해 인정했는데 경실련만이 이상한 잣대로 반개혁적인 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이고 구시대적인 평가방법으로 ‘경제분야 반개혁적 입법’ 여부를 판별하지 말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인 권칠승 의원도 “복수의결권은 민주당의 21대 총선공약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다”며 “입법과정에서 당초의 우려들을 반영해 안전장치를 촘촘히 마련함으로 인해 대주주에 지배력이 집중되거나 대기업 세습에 악용될 가능성은 차단했다”고 일축했다.
IT·벤처업계도 경실련의 태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경실련이 벤처기업 현실을 도외시한 채 교조적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상으로 재벌 악용을 철저히 막고 있다. ‘추가 법 개정으로 재벌이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경실련 주장의 요지인데,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정적 상황을 전제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의결권주식’을 통해 충분히 안정적 경영이 가능하다는 경실련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또 ‘사적계약’을 통한 창업주의 지배권 확보 유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계약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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