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트럼프?...세계는 벌써 ‘트럼프 2기’ 준비중[디브리핑]

2024. 1. 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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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굳힌 트럼프, 공화 대선후보 기정사실화
예측불가 트럼프, 재임 자체만으로도 동맹국들에 리스크
무역 불균형·방위비 분담 재압박 가능성
월가도 트럼프 재임시 자산시장에 미칠 여파 시나리오 검토
골드만 “달러 가치와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릴 것”
22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에서 진행된 유세 현장에서 연설 도중 손가락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 대선이 10개월여 남았지만 글로벌 정가와 재계는 벌써부터 ‘트럼프 2기’ 출범 시나리오 검토에 들어간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좀처럼 낮은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하며 험난한 레이스를 예고하면서다.

22일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무역과 안보정책, 미국의 우크라이나 및 대만 지원 포기 가능성, 글로벌 규칙의 붕괴 등을 언급하며 “세계가 트럼프 2기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4일 뉴햄프셔에서 공화당의 두번째 경선이 치러졌지만 미 정치매체 더힐은 “결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트럼프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승리를 이미 기정사실화 했다.

22일(현지시간) 공화당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뉴햄프셔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정가는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1위를 하더라도, 이른바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AFP]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사회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동맹국 외교에 정통한 한 미국 의원은 이코노미스트에 “미국 대선 소식에 외국 정부들이 벌써부터 겁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의 불연속성 뿐만 아니라 ‘트럼프’라는 인물의 등장 자체만으로도 글로벌 외교·경제 지형에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새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 주목하는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각국을 돌며 여론 수습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각국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장기적 약속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고 있다”면서 “전 세계 정부들이 트럼프가 운영하는 미국을 위한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특히 큰 부담이다. 국가간 관계 자체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국의 경제적 가치와 무임승차 여부를 따져 관세 혹은 안보 철회 등의 위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무역 불균형과 방위비 분담 비율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아시아 38개 미국 동맹국 중 지난해 26개국을 상대로 무역 적자를 기록했고, 이중 26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만을 방위비로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서부에 위치한 스팡달렘 공군기지에서 미국 국기와 독일 국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전 정부 시절 국방비 증액 압박을 받았던 독일은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를 대비한 채비를 마친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주독 미군 일부 철수를 결정하며 “독일이 돈을 내지 않아서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독일 정부 관계자는 자국군 현대화를 위해 마련한 1090억달러 규모의 특별 군사 기금을 언급하며 “기금 조성 후 국방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무임승차’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전 정부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의 결과로 탄생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결과로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될 경우 모든 수입 상품에 10%의 보편적 기초 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같은 논리로 우크라이나와 대만에 대한 지원 역시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자원이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평화협정 체결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경선을 앞둔 22일 유세에서 “우크라이나에 언제까지 천문학적인 세금을 들여 방어해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왜 작은 섬나라(대만) 때문에 미국이 핵무장한 강대국(중국)과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는 거래를 하는 데도 열려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지역에서 장갑차를 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도로를 지나고 있다. [AFP]

우크라이나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이 동맹국에게 안길 충격도 적잖을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을 방어하지 못하면 일본, 한국 등 다른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역시 집단 방어라는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약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각종 위협과 과제 역시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의 힘이 미치지 않은 국가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국제사회가 마주하게될 더 큰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바이든 정부 이후 미국이 특정 국가와 지역에만 영향력을 사용한 결과 수단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는 내전과 쿠데타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슬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가 기반 분쟁 건수는 50건 이상으로 1946년 이후 최고 수준에 가깝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무역부터 인권까지 모든 것에 대한 글로벌 규칙이 더욱 침식되어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세계 각국 입장에서 무역 규칙부터 시작해 트럼프 2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에 (취임 전까지) 남은 1년은 턱없이 짧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월가도 트럼프 2기 출범이 미국 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칠 여파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 메모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골드만은 “2024년 미국 대선이 잠재적으로 중요한 시장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2기 출범시 달러 가치와 채권 금리를 밀어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TD증권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는 상황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겐나디 골드버그 TD증권 미국 금리 전략 수석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와 의회의 통제권 분할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법인세가 여전히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로 주식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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