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파격 제안 "모든 저출생 정책 소득기준 없애자"(종합)
장기전세주택·행복주택 연 4000호 공급
김현기 의장 "파격 대책 필요 공감할 것"
"과감히 제시…서울시와 협의해 시행"
"필요 예산 약 5천억원, 서울시 부담 가능"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서울시의회가 0.59명(2022년 기준)인 서울의 합계출산율 하락에 제동을 걸고자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을 꺼내들었다.
자녀 있는 가구라면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저출생 정책의 소득기준을 없애고, 공공주택과 금융지원을 확대한다. 0~8세로 집중된 아동수당을 18세까지 지급하는 방안 또한 추진한다.
김현기 의장은 23일 오전 시의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을 제안했다.
집행기관이 아닌 시의회에서 저출생 대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 배경에는 심각한 서울시 출산율 저하에 따른 대책마련을 시에 촉구하고, 함께 논의하자는 의미가 깔려있다.
김 의장은 "오죽 답답하면 저출생 기자간담회를 하겠는가. '3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절박하고, 절실하고, 절감하고 있다. 17년 간 정부가 방기했으니 이제 지방의회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선 시의회는 저출생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적용 중인 소득 기준을 모두 폐지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할 계획이다. 신혼 및 자녀 출생 예정 가구라면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가능한 대상가구(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내, 2인가구 기준 월 600만원), 전월세 보증금 이자지원 대상(연소득 9700만원 이내), 서울형 아이돌봄비 지원(중위소득 150% 이하, 3인가구 기준 월 약 660만원)처럼 다양한 출생지원 정책의 소득 기준이 사라질 경우 그간 혜택을 받지 못했던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직접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김 의장은 "누구에게든 기회를 부여한다는 게 오늘 발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출생률 하락 원인의 1순위로 꼽히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도 제시했다.
공공임대의 경우 신혼 및 자녀 출생 예정 가구(또는 최근 1년 이내 자녀 출생 가구)에 연 4000호를 우선 배정하도록 개선한다. 이는 연평균 공급물량의 15~20%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역세권 시프트, 재개발·재건축 매입, 기존주택 매입임대, 공공주택건설사업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 2000호와 기존주택 전세임대 등 확대 공급 2000호로 나뉜다.
시의회는 시 재원으로 우선 지원한 뒤 중앙 정부에 '공공주택특별법' 등 상위법 내 소득 기준 완화를 건의하는 단계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시의회는 소득제한이 규정된 상위법 개정 없이 서울시의 재정 지원만으로도 2000호 정도는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비 100%로 하면 기준과 상관없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연 1만 가구에는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보전한다. 1자녀는 2%, 2자녀는 4%, 3자녀 이상은 최소부담(1%) 없이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8세 이후 중단되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을 18세까지 연장하는 것도 저출산 극복모델의 주 내용 중 하나다. 임산부 교통비 70만원, 부모급여 월 5만원의 추가 지원도 검토한다. 아동수당, 부모급여, 임산부 교통비 지원은 2025년 출생아부터 적용돼 이들이 9세가 되는 2023년부터 본격 지원된다.
현재 0~8세 생애주기 동안 서울시(정부 포함)가 지원하는 최대액은 8600만원이지만, 시의회 정책 제안대로 규모와 시기 등이 확대될 경우 지원액은 1억원 이상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과 중복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에 김 의장은 "중복 지급하면 어떠냐. 지금 서울시 출산율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정부가 지원해도 10만원씩 더 주는 건 서울시 재정으로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시의회가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서 일단 2033년부터 지급한다고 했는데 사실 욕심으로는 내년부터 10만원을 지급하고 싶다"면서 "서울시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시의회는 이번 저출생 대책을 위해 연간 약 4400억원~4900억원 수준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의장은 "올해 서울시 예산이 무려 47조다. 5000억원 정도는 능히 서울시가 부담할 수 있다"면서 필요 시에는 시와 시교육청의 재정 스와프까지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서울형 저출생 극복모델 시행 시기는 이르면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발표 전 서울시와 사전 교감을 나누지 않았다. 그럼에도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장은 "입법권과 예산 확정권으로 충분히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시청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서울시의회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주거, 양육 정책을 과감하게 제시하고 서울시와 협의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보탰다.
한편 김 의장은 오는 5월 지원이 끊기는 TBS(교통방송)를 두고 "약 1년 1개월 동안 서울시청은 손을 놓고 있었다. 대단히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서울시의 정책의 방향을 확인한 의회는 약 5개월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연장을 해드렸다. 따라서 이제는 시청이 판단해서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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