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들어선 美증시…"AI 훈풍 계속 간다" vs "실적 뒷받침 돼야"
강세장 배경…금리 인하 기대감→경제 순항 기대
AI발 생산성 혁신…글로벌CEO "12개월내 이익 증가"
JP모건 "AI기업, 실적 부진시 급격한 매도세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처음으로 3만8000선을 웃돌았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S&P) 500 지수도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졌지만, 강력한 미국 경제 성장과 인공지능(AI)에 따른 기업 생산성 향상 기대감이 증시 랠리를 이끌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6% 상승한 3만8001.81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만8000선을 웃돌았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도 0.22% 오른 4850.43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0.32% 상승한 1만5360.29에 거래를 마쳤다.
미 증시는 최근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43%까지 내려갔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80%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증시가 다시 강세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탄탄한 미국 경제 덕분이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예상보다 덜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한 7099억달러로 집계됐다. 월가 전망치(0.4%)를 웃돈 ‘서프라이즈’ 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가계저축 소진, 학자금 대출 상환 등으로 연말 미국 소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니 달랐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것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긴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도 경기침체가 없다면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기선행지수(LEI)도 하락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시장예상치는 웃돌았다. 이날 미국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보다 0.1% 하락한 103.1을 기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0.3%)와 11월 하락폭(-0.5%)보다는 선방한 수치다. 경기 둔화세가 더뎌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업체 CIBC 프라이빗자산의 데이비드 도나베디안 “강세장(bull rally)에 대한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기존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됐다”면서 “이제는 경제가 순항할 것이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금리가 아무리 높아져도 경제는 계속 순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AI에 따른 생산성 증대 기대도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많더라도 생산성이 크게 늘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중 약 60%는 생성형 AI가 향후 12개월 내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봤다. 특히 46%는 AI가 12개월 이내에 기업들의 이익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AI에 의한 생산성 향상 시점이 먼 미래가 아니라는 뜻이다.
UBS 글로벌 자산 관리의 최고 투자 책임자(CIO)인 솔리타 마르셀리는 “지금까지 강력한 성과에도 불구 AI 관련 기업,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가 올해에도 지속하고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와 향후 10년간 AI가 글로벌 기술주를 이끄는 핵심 테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향후 12~18개월 동안 AI 컴퓨팅 및 그래픽 처리 장치 칩에 대한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글로벌 AI 매출이 2022년 280억 달러에서 2027년 말에는 4200억달러로 15배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주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과도한 수준이라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랠리가 다시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여전히 올해 증시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JP모건의 연말 S&P500 목표주가는 4200으로, 월가에서 가장 약세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자스와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부진한 실적과 높은 밸류에이션은 투자자들이 현재 수준에서 주식을 매수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AI 기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실적이 조금이라도 실망스러울 경우 급격한 매도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선행 멀티플(기업가치배수)이 이미 역사적 고점인 데다 12개월 이익 전망치가 (과도하게) 희망적인 수준이라, 올해 주식시장의 상승이 정체될 수 있다”고 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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