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이민자 접근 막는 텍사스주 철조망 제거 가능”
미국 연방대법원이 텍사스주가 국경 지역에 설치한 철조망을 연방정부가 절단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민자 관리를 두고 강경책을 고수해 온 텍사스주에 제동을 걸고 이에 반대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대법관 9명 중 5명의 찬성으로 텍사스주가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철조망이 국경순찰대의 임무 수행을 방해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판결로 국경순찰대는 텍사스주가 설치한 철조망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철조망이 이민자들을 다치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국경순찰대가 이미 국경을 넘은 이민자들을 구조하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연방대법원에 제소했다.
앞서 텍사스주는 밀입국 이민자의 유입을 막겠다면서 지난해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주지사의 주도로 멕시코 국경지대인 리오그란데강과 그 주변에 날카로운 철조망을 설치했다. 이에 멕시코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오는 이민자들이 철조망에 걸려 심하게 다치는 사례가 속출했으며, 특히 지난 13일에는 미국으로 입국을 시도하던 멕시코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미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민법 시행은 연방정부의 책임”이라며 “텍사스주 정책은 미등록 이주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최전방 인력들이 이민법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일까지도 어렵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주는 이날 판결에 반발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대법원 결정이 이주민들의 밀입국을 방치한다고 비판하며 “텍사스 국경의 장치들을 제거하는 것은 미국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021년부터 ‘론스타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에 수천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해 미등록 이민자를 단속해왔다. 그는 국경지대 강둑에 부표를 쌓아 ‘수중 장벽’을 만들고 밀입국자를 직권으로 체포·구금해 돌려보낼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등 강경 일변도 정책을 고집했다.
이를 두고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다‘고 비판하는 민주당과 ‘강경하지만 필요한 정책’이라고 옹호하는 공화당이 대립하며 뜨거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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