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협상 와중 가자 남부 맹폭···‘안전지대’마저 공격

선명수 기자 2024. 1. 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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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아이의 손을 잡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 일대를 사실상 포위하고 개전 이래 남부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공격을 퍼부었다. 100일을 넘긴 전쟁을 이제 끝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오히려 공격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칸유니스 서쪽에 위치한 지중해 연안 도시 알마와시에 진격해 학교와 병원 등을 공격했다. 알마와시는 전쟁 발발 초기부터 이스라엘군이 ‘안전 지대’라고 선언한 뒤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한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사실상 황무지에 가까운 알마와시 지역에 피란민 시설을 급조한 뒤, 이곳에선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지도까지 그린 전단을 가자지구 전역에 뿌려 왔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알마와시에 위치한 알카이르 병원을 공격, 의료진을 대거 체포했다. 피란민들이 모여 있던 이 지역 학교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사상자가 속출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운영하는 알아말 병원 역시 이스라엘군의 탱크에 포위돼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적신월사는 병원 통신마저 두절돼 의료진과 연락이 끊겼고, 구급차의 접근 역시 이스라엘군이 막고 있다고 밝혔다.

네발 파르사크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대변인은 “현재 이 지역은 극도로 위험해 거리에 나온 사람은 누구나 (이스라엘군의)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칸유니스 전체가 사실상 포위됐다”고 말했다.

남부지역 최대 병원인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도 이스라엘군에 포위돼 병원 주변에서 교전이 거세지고 있다. 병원 밖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밖으로 나가지 못한 직원들과 환자들은 이날 시신 40구를 병원 부지 내에 묻었다.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나세르병원 부지 안에서 주민들이 시신을 묻기 위해 땅을 파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병원 의사인 아마드 알모그라비는 “병원이 완전히 포위돼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도, 대피할 방법도 없다”면서 “여기 상황은 완전히 재앙적”이라고 말했다. 나세르 병원의 구급요원인 나심 하산은 알자지라에 “오늘 아침 나세르 병원 인근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해 3시간 거리의 라파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남부 지역에 퍼부은 공격이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거셌다고 입을 모았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가자지구에서 최소 190명이 죽고 340명이 다쳤다. 칸유니스에서만 65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병원 등 민간 시설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을 색출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민간인이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작전’이 필요하며, 칸유니스 서부에서 하마스의 군사 체계를 파괴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반면 병원과 하마스는 병원이 하마스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이번에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에 따라 그 권리를 행사하면서 병원과 의료진, 환자와 무고한 이들을 보호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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