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악용 대주주 불공정거래 막는다

김태성 기자(kts@mk.co.kr) 2024. 1. 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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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 발표
전환사채(CB)가 대주주의 손쉬운 지분늘리기 용도로 악용되는 불공정거래 사례가 빈번하자 금융당국이 CB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할 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공시하도록 하는 등 관련 공시와 유통시 지켜야 하는 의무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CB는 주로 중소·벤처기업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이 내용을 포함한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CB는 발행할 때는 회사채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사전에 정한 주식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평가 차익을 내고, 주가가 내리면 일반채권처럼 확정 금리만 받는 증권을 말한다.

작년 발행규모는 약 5조6000억원으로, 회사채보다 금리가 싸 대부분 코스닥 상장기업이 자금조달 위해 사모 방식으로 발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주주가 미리 정해진 가격에 CB 등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행사해 CB를 저렴하게 취득한 후 주가가 오르면 이를 주식으로 바꿔 지분을 편법으로 취득해 지분률을 늘리는 불공정거래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지난 2021년에 CB발행시 최대주주와 그외 특수관계인이 콜옵션을 행사할때 발행 당시 지분율 초과해 주식을 취득할 수 없는 조건을 걸게 하는 등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에는 공시 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추가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우선 기업이 CB 발행시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할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정확히 공시하도록 의무화했다.

현행 규정에서도 콜옵션 행사자를 공시하게 하고 있지만,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공시해 일반 투자자가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발행기업이 제3자에게 콜옵션을 양도할 때는 혹시 최대주주에게 무상이나 헐값으로 CB를 넘긴게 아닌지 알 수 있도록 정당한 대가 수수 여부 또는 지급 금액 등에 대한 공시도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발행회사가 만기 전에 취득한 CB의 경우에는 취득사유와 함께 소각 또는 재매각 하는 등 향후 처리방법도 공시해야 한다. 이 CB를 최대주주에게 재매각해 주식으로 전환하는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모 CB를 발행할때 사모 유상증자와 동일하게 발행 이사회 결의 이후 납입기일 1주일 전 주요 사항보고서를 통해 발행 내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시가 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규제도 강화한다.

전환가액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때의 전환비율로 발행 당시 주가 등을 토대로 산정한다.

현재 규정상 리픽싱이 가능한 최저한도는 최초 전환가액의 70%지만, 기업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출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 예외규정을 악용해 특정인(보통 대주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CB 전환가액을 확 낮춰 주식을 싸게 넘기는 수법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잇따른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고려해 기존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해 리픽싱 최저한도를 70% 미만으로 낮추는 예외 적용이 가능하던 것을 앞으로는 건별로 주총 특별결의를 구한 경우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특별결의보다 쉬운 정관을 통한 예외 적용 시도를 원천차단한 것이다.

주총 특별결의를 구하려면 출석주주 의결권의 2/3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는 출석주주 의결권 1/2 이상, 발행주식 총수 1/4 이상만 있으면 되는 보통결의보다 더 강한 조건이다.

또 증자와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경우 해당 주식의 실제가치 변동을 정확히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이 조정되도록 규정을 명확히 했다. 실제 희석효과보다 과도하게 전환가액을 낮춰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CB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사모 CB의 전환가액을 산정할 때 청약일이 아니라 ‘실제 납입일’의 기준시가를 반영하도록 개선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CB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집중 점검과 제재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사모CB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집중조사 계획을 발표한 후 당국은 총 40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중 14건은 조사를 끝내 총 33명을 부정거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일부는 허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주가를 띄운 후 사모CB 전환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는 수법을 썼다.

당국은 현재 조사 중인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한편, 사모CB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를 지속해서 발굴해 조사할 예정이다.

금융위가 밝힌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및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규정개정의 경우 올해 2분기까지 마무리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국회와 협의해 빠르게 추진한다는 목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환사채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전환사채와 연계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고, 앞으로도 시장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필요한 제도개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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