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선택지 또 사라졌다' 다저스, 좌완 베테랑 팩스턴까지 영입... 1년 160억 규모 계약 '선발 왕국 구축'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3일(한국시간) "소식통에 따르면 다저스가 FA 좌투수 팩스턴과 계약을 마무리짓고 있다"며 아직 성사되진 않았지만 계약 기간 1년에 1200만 달러(160억원) 규모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팩스턴은 이번 FA 시장에서 류현진과 늘 붙어다니던 이름이다. 팩스턴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류현진의 친정팀 복귀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됐다.
MLB닷컴은 "팩스턴의 2023년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다시 공을 뿌리게 돼 기뻤을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을 합쳐 팩스턴은 양키스와 매리너스에서 각각 6번의 선발 출전에 그쳤다. 그는 시애틀로 복귀하면서 한 번의 선발 등판을 한 후 2021년 4월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나머지 한 해를 결장했다. 그해 오프시즌엔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고 2022년을 완전히 놓쳤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그럼에도 팩스턴은 2023년 견고한 기록을 만들었다. 24.6%의 삼진률은 평균 이상인 27.5%의 헛스윙 비율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의 예상 wOBA와 예상 피안타율도 평균 이상이었다"며 "수평 움직임이 강한 포심 패스트볼(사용률 55.8%)을 주로 구사하며 커브(19.3%), 커터(16.7%)를 비롯해 체인지업과 싱커도 활용하며 투구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전성기에서 많이 내려선 클레이튼 커쇼와도 아직 계약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다저스는 오타니를 차치하더라도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선발진 보강에 나서고 있다.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5년 1억 3650만 달러(1821억원) 계약을 맺더니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12년 3억 2500만 달러(4336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야구계를 뒤흔들어놨다.
기존 자원인 워커 뷸러가 팔꿈치 수술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고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해 11승을 거둔 파이어볼러 바비 밀러까지 있어 5선발만 채우면 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팩스턴까지 영입하게 돼 사실상 류현진과 커쇼 모두 다저스와 연을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팩스턴은 2013년 데뷔해 10시즌 동안 시애틀 매리너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치며 통산 156경기에서 64승 38패 평균자책점(ERA) 3.69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다저스는 막강한 선발진 화력을 갖추게 됐다. 일본프로야구(NPB)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투수 5관왕(2021, 2022)에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 3연패를 이룬 야마모토는 이미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의 우승을 이끌며 검증을 마친 투수다.
뷸러도 건강에 의문부호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2019년 14승을 거뒀고 2021년엔 16승 4패 ERA 2.47로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엔 부상으로 인해 12경기 6승 3패 ERA 4.02에 그친 게 아쉬웠다.
팩스턴까지 합류하게 된 다저스는 지난해 100승을 넘어 MLB 새 역사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선수층을 구축하게 됐다. 앞서 MLB닷컴은 "다저스는 슈퍼팀을 결성했다. 올 시즌에 10승을 추가하는 건 110승을 기록한다는 것인데 이미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이 있는 팀에 오타니와 야마모토, 글래스노우가 추가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전망했다. 이는 현실이 됐고 여기에 팩스턴까지 더하며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완성했다.
다저스는 1884년 창단 후 2년 전인 2022년에 MLB 역대 가장 많은 111승을 거뒀다. MLB닷컴은 "당시 엔트리에는 현재만큼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올 시즌 다저스가 빅리그의 새 역사를 써낼 수 있을 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ERA 2.32로 빅리그 전체 이 부문 1위에 오르고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2위에 오른 류현진은 시즌을 마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0경기 단축 체제로 치러진 2020년에도 5승 2패 ERA 2.69로 변함 업슨 활약을 펼쳤다. 2021년 14승 10패 ERA 4.37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류현진은 2022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지난해 8월에야 복귀했다. 이후 11경기에서 3승 3패, ERA 3.46으로 건재함을 과시했고 FA 시장에서 새 팀을 찾고 있다.
팩스턴도 같은 부위의 부상 이력이 있다. 2021년 12월 보스턴과 1년 1000만 달러에 FA 계약을 맺은 그는 2022시즌을 통으로 날렸고 옵션을 발동시켜 지난해 보스턴에 남았다. 19경기에 등판한 그는 7승 5패 ERA 4.50을 기록했다. 10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단기 계약을 맺어 5선발 카드로 활용하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고 다저스는 팩스턴을 데려와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 퍼즐까지 완성했다.
MLB닷컴은 지난 18일 '남 몰래 영입하기 좋은 선수들'이라며 류현진과 팩스턴을 마이클 로렌젠, 제이크 유니스, 카를로스 카라스코와 함께 소개했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는 저평가된 투수들이었다.
매체는 팩스턴에 대해 "광범위한 부상 이력을 가진 베테랑 좌완투수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남은 FA 선발 투수 중 가장 극단적인 고위험, 고수익 프로필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며 "팩스턴은 2020~2022년 MLB 선발 등판을 6번만 한 뒤 지난 시즌 레드삭스에서 복귀해 19번 선발 등판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팩스턴은 2019년을 제외하면 29차례 이상 등판한 시즌이 없다. 수많은 부상 이력으로 인한 것인데 광배근 경련을 비롯해 부상자명단(IL)에 12차례나 이름을 올렸고 왼쪽 가운데 손가락, 팔뚝, 왼쪽 팔꿈치 굴곡근, 왼쪽 팔뚝 및 오른쪽 햄스트링 등 부상 부위도 다양했다. 지난 시즌에도 스프링캠프 때 입은 햄스트링 염좌 부상으로 인해 5월에서야 첫 등판했다. MLB닷컴은 "그럼에도 건강했을 때만큼은 효과적인 선발 투수였다"고도 덧붙였다.
매체는 류현진에 대해 "확실히 전성기는 지났지만 그의 프로필엔 여전히 강력한 선발 투수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다. 류현진은 2022년 6월 토미존 수술 이후 지난해 8월 복귀해 11차례 탄탄한 투구를 펼쳤다. 2018~2020년(56경기 선발 ERA 2.30) 지배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는 여전히 좋은 선발 투수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 안의 코끼리는 부상 이력이다. 류현진은 2022년 수술 외에도 왼쪽 어깨 수수로가 팔꿈치 건염으로 인해 2015시즌 전체와 2016시즌 대부분을 결장했다"며 "2017년 이후 그는 7시즌 중 3시즌 동안 100이닝을 넘기는 데 그쳤다. 개막일 전에 37세가 되며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커리어 최저치인 88.4마일(142.3㎞)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류현진에 대한 평가도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건강만 유지한다면 2024년에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는 모든 툴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하더라도 무려 3팀이 더 류현진의 차기 행선지 후보에 추가됐다. 지난 21일엔 김하성과 고우석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새 후보군으로 언급됐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샌디에이고가 NL 올스타 출신 선발 투수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며 류현진에 대해 주목했다. 존 헤이먼 기자의 발언을 인용해 "샌디에이고가 주시하는 투수 중 한 명이 익숙한 투수라고 했는데 이는 바로 좌투수 류현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류현진은 예전과 (기량을 갖춘) 같은 투수는 아니다. 그래도 류현진은 샌디에이고 선발진의 마지막 부분 중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류현진과 계약하는 건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남은 겨울 동안 계속해서 주의 깊게 봐야 할 이름"이라고 적었다.
하루 뒤인 22일엔 마이애미 말린스가 새로운 후보로 떠올랐다. 미국 매체 팬 사이디드에서 마이애미 소식을 다루는 말린 마니악은 "마이애미가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을까"라며 "류현진은 선발 투수 문제를 풀 수 있는 잠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류현진은 환영받는 베테랑 투수"라고 전했다.
마이애미엔 사이영상 수상자 출신인 샌디 알칸타라가 팔꿈치 수술로 빠져 있는 상황이고 류현진이 이 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말린 마니악은 "류현진은 지난 10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또 올스타전에도 출장했으며, 사이영상 후보에도 올랐다. 마이애미가 류현진의 영입을 고려한다면, 단기 계약도 합리적일 것"이라며 "마이애미는 지난해 쿠에토와 1년 850만 달러(약 113억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뒤 "류현진에게는 마이애미가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총액 1500만 달러 선에서 계약할 수 있을까. 물론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더욱 많은 것을 원하겠지만, 아마도 1년 계약 정도가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예상 금액까지 제시했다.
여기에 볼티모어까지 다시 언급됐다. MLB닷컴은 22일 류현진과 팩스턴 등 남은 FA 선발 투수들을 나열하며 "이상적으로는 선발 로테이션 뒤쪽보다는 앞쪽에 가까운 투수를 원한다"면서도 "볼티모어는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선발 투수를 확보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류현진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보인 팩스턴마저 새 팀을 찾으며 친정팀이기도 한 LA 다저스라는 선택지가 사라졌다. 부상 이력과 많은 나이에도 여전히 류현진은 가치 있는 선발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연 언제쯤 계약 소식이 들려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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