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이우현 2차회동 끝내 무산…OCI·한미 통합 갈등 깊어지나

박미리 기자 2024. 1. 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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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측 "가처분 신청으로 상황 변해, 만남 보류"
임종윤 측 "주주로서 계약서 요청, 여전히 못봐"

오늘(23일)로 예정됐던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간 2차 회동이 결국 무산됐다. 이를 두고 이해 당사자들은 제각각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 측은 "첫 만남 이후 가처분 신청이 이뤄져 상황이 변했다"고 했다. 임 사장 측은 "첫 만남 당시 계약서를 보고 23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여전히 계약서를 받지 못해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한미약품 측은 "임 사장 계약서를 열람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양측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주주총회 표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 본사

OCI그룹 관계자는 23일 "첫 만남 이후 임종윤 사장이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상황이 변했다"며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사자 격인 개인들이 따로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하에 일단 두 번째 만남은 보류한 상태"라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과 임 사장은 OCI와 한미약품 간 통합을 위한 계약이 체결되고 2일 후인 지난 14일 첫 회동을 가졌다. 이후 두 사람은 이 회장이 일본, 말레이시아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23일 바로 2차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귀국했다.

임 사장은 지난 17일 동생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함께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통합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송영숙 회장, 가현문화재단이 보유한 주식 매입 △송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확보 △한미사이언스가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다. 앞서 임 사장은 지난 15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은 경영권 분쟁상황에서 이뤄진 3자배정 유상증자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다"며 "기업 간 결합시 필요한 실사, 경제적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고 두 기업 간의 결합은 허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인데도 확정적으로 이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처분 소송에 나선 것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OCI와 한미약품 통합에 변수가 될 수 있다. OCI홀딩스의 지분율이 20% 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주총회 표대결로 갈 경우 불안해질 수 있는 지분율이다. 임 사장과 소통하며 평화로운 통합을 이끌어내고자 했던 이 회장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 사장 측근은 "첫 만남 당시 임 사장이 계약서를 공유받지 못했던 상황이라, 계약서를 보고 23일에 다시 보자고 했던 것"이라며 "여전히 계약서를 받지 못한 상태로, 주주로서 중요한 투자 정보라고 판단되는 부분이 누락되거나 지연돼 가처분을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두 사람이 첫 만남을 가진 다음날인 지난 15일, 돌연 OCI홀딩스에 주식을 매도하는 대상자가 송 회장과 임 실장의 두 자녀에서 송 회장과 가현문화재단으로 변경됐단 공시가 떴고, 이와 관련해 어떠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도 임 사장이 행동에 나선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법원 심사에 영향끼치는 부분이 없도록 최대한 정보는 자제하고 있다"며 "주주로서 요청하는 계약서를 왜 아직도 오픈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송 회장, 임 실장, 대리인까지 여전히 설명도 없다"고 말했다.

향후 관심은 한미약품 장남·차남과 모친·장녀 간 주주총회 표대결이 이뤄질 지다.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임 사장 측에서 추진할 수 있는 행동이다. 임 실장 측도 이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임 사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임종훈 사장은 나와 같이하기로 했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율 11.13%)과도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며 "저도 충분이 보팅파워가 나오기 때문에 동참해주시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는 준비를 지난 3년간 해왔다"며 "기관이 가진 지분을 블록딜로 구입할 수 있는 총알도 확보해둔 상황"이라고 했다. 신 회장이 임종윤 사장(한미약품 지분율 유증 후 9.09%)과 임종훈 사장(9.69%) 손을 잡으면 임주현 실장 측 지분율(OCI홀딩스 합산 29%)과 비슷해진다. 다만 신 회장은 "중간"이란 입장만 밝힌 상황이다.

일단 한미약품에서는 임 사장에 계약서 열람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계약의 주요 사항은 양사가 이미 공시를 통해 소상히 밝혔다"며 "임 사장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서 창업주 가족이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계약의 주체는 본 계약에 참여한 주주 간 거래"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이란 이유로 다른 가족이 체결한 계약 내용 모두를 열람하겠다고 요구할 법적 권한은 없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계약서 열람을 원한다면,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를 통해 충실히 답변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선 "요건상 문제가 없어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게 우리 측 법률 검토 사항"이라면서 "가처분 신청 이후 법적 절차를 충실히 밟아나가겠다"고 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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