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에 '옥새파동' 악몽 떠올려…조기 수습 '공감대'
국힘 의원들 "무슨 일 있어도 갈등 봉합해야" "선거 굉장히 어려워져"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놓고 갈등설이 불거진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4월 총선에서 참패하고 여권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에 갈등을 봉합하려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뒤 가볍게 어깨를 치며 친근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두 사람이 충돌 후 이틀 만에 깜짝 만남이 이뤄진 것을 두고 화해모드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처럼 예상보다 빠르게 수습 국면으로 들어간 배경엔 지난 2016년 친박(박근혜)계 공천에 반발한 김무성 새누리당(국민의힘) 대표의 '옥새파동'으로 자중지란에 빠져 제1당을 놓쳤던 20대 총선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은 지난 21일 늦은 오후 여권 주류 인사가 한 위원장을 만나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는 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지게 됐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공천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 새누리당은 122석의 제2당이 됐고 최대 승부처였던 수도권 122석 중 35석(28.7%)만을 얻는 등 참패를 당했다. 총선을 3주 앞두고 김무성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의 일부 공천장 직인 날인을 거부한 이른바 '옥새파동' 여파였다.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상으로는 새누리당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으나, 120석을 간신히 사수하는 데 그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확보하며 제1당으로 올라섰고, 민주당계 국민의당(38석)을 합쳐 163석을 확보했다.
'진박(진실한 친박) 공천'에 반발한 비박(박근혜)계 대표가 옥새를 갖고 사라지며 선거는 참패했고, 박근혜 정권의 쇠퇴와 그 이후 탄핵 사태, 분당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공천이 시작하지 않았지만, 총선 국면에서 공천권을 놓고 갈등을 벌인 점에서는 2016년과 비교할 만하다"며 "공천권, 공천룰에 대한 의견 차이가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갈등의 계기 또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엔 20대 총선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지 않으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적지 않다. 한 영남권 다선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대통령실과 봉합을 해야 한다.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게 당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서 "만에 하나 (한 위원장이) 사퇴를 한다면 이번 선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다시 또 비대위원장을 뽑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공천도 훨씬 더 연기가 된다"고 우려했다.
견고한 양당 구도에 균열을 노린 신당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비교할 만한 부분이다. 20대 총선에선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38석)이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개혁신당(이준석)과 새로운미래(이낙연), 미래대연합(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금태섭·류호정), 한국의희망(양향자) 등 다양한 제3지대 세력들이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를 총선 민의 중심의 국민의힘 세계관과 대통령 세계관의 대결로 규정했다.
엄 소장은 "한 위원장이 인사, 공천권,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 등 세 가지를 통해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공천 문제에서 인물 경쟁력이나 신당 이탈 차단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실 또는 장·차관 출신에게 불리한 공천룰에 강하게 반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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