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외국인 MVP 도전하는 자밀 워니…“SK는 만점 구단, 임팩트 있는 선수로 남을 것”

장한서 2024. 1. 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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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임팩트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

한국 프로농구에는 ‘외국인 선수 잔혹사’란 말이 있다. 한국 땅을 밟아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할 각 팀의 외국인 선수가 향수병으로 인한 태업, 부상, 이적 등 전력에서 이탈해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밀 워니가 지난 17일 경기 용인 SK나이츠양지체육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드리블하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용인=최상수 기자
하지만 잠실학생체육관을 뜨겁게 달구는 서울SK에는 외국인 ‘터줏대감’이 있다. 바로 ‘에이스’ 자밀 워니(29)다. 2019~2020시즌부터 5시즌 연속 SK 유니폼을 입으며 프랜차이즈 외국인 스타로 팀의 중심을 잡아온 워니는 애런 헤인즈(6시즌) 이후 SK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로 등극했다. 또 장수 외국인 선수 계보를 논할 때 첫 손으로 꼽히는 조니 맥도웰이 4시즌(1997∼2001년) 연속 대전 현대(현 부산 KCC)에서 활약한 기간을 뛰어넘어 5시즌 연속 한 구단에서 활약하는 첫 번째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워니는 단지 오래 뛰기만 한 선수도 아니다.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며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2022∼2023시즌 외국인 선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SK를 넘어 KBL의 레전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 2021∼2022시즌엔 SK의 통합 우승을 함께하며 큰 기쁨을 누렸다.

워니는 지난 17일 경기 용인 서울SK나이츠양지체육관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용병이 오가는 리그에서 MVP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라면서 “팀 성적을 우선하면 MVP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니의 활약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후반기로 접어든 2023∼2024시즌 워니는 23일 기준 32경기에 출전하며 리그 최다인 경기당 25.6점을 퍼붓고 있다. 리바운드 11.5개(3위), 어시스트 4.06개(11위), 블록 1.3개(공동 1위) 등 공수 양면에서 상위권의 성적표를 작성하고 있다. 워니의 이런 활약 속에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던 SK는 ‘선두’ 원주 DB(27승 7패)에 이어 2위(23승 11패)에 올랐다. 만일 워니가 이번 시즌에도 MVP를 거머쥘 경우 맥도웰에 이은 역대 두 번째 3시즌 연속 수상이자 최다 수상(4개)으로 단독 1위에 올라서게 된다. KB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다투는 행보를 걷게 될 전망이다. 워니는 “아직 한국에서의 업적에 관해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레전드로 불리는 라건아(KCC)를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하면서 임팩트 있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프로농구 서울 SK 자밀 워니가 지난 17일 경기 용인 SK나이츠양지체육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최상수 기자
워니는 지난 14일 데뷔 5년 만에 처음 출전한 ‘별들의 잔치’ 올스타전에서 51점을 터뜨리며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외국인 선수가 올스타전 MVP로 뽑힌 건 2018~2019시즌 마커스 랜드리 이후 5시즌 만이었다. 워니는 “5년 동안 있으면서 열심히 경기를 뛰고 팬 서비스를 했는데, 팬들이 지지해줘서 올스타전에 출전해 기뻤다”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서 좋을 뿐”이라고 웃었다.

매년 SK와 계약을 연장하고 있는 워니는 구단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훌륭한 코치진, 선수들, 팬을 가진 구단이다”며 “계속 재계약하는 이유가 있다. KBL 최고의 구단이다.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희철 감독에 대해선 “마치 부모님 같다. 어렸을 때 처음 한국에 와서 잘 모를 때 농구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도 알려줘서 많은 것을 배웠다. 2년 차에 슬럼프가 왔을 때도 전 감독님이 보호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뛰며 보답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불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은 워니는 한국 생활 자체를 즐기고 있다. 그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면서 “예전엔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며 한국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혹사’란 말이 붙을 만큼 워니는 큰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철강왕’으로 등극했다. SK는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등 이번 시즌 어느 팀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워니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그는 “팀원들이 나이가 많아 연습량이 많지 않다”고 웃으면서 “연습과 경기 외에는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을 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며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자밀 워니가 지난 17일 경기 용인 SK나이츠양지체육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림에 공을 집어넣고 있다. 용인=최상수 기자
워니는 자신의 장점을 여러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멀티’라고 언급했다. 워니는 “포스트에서 공격하고, 동료를 살리기 위해 패스도 할 수 있다. 여러 다양한 농구를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지난 시즌 안양 정관장에게 밀려 아쉽게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워니는 우승만을 바라보고 있다. 워니는 “플레이오프까지 최선을 다해서 팀을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승을 향해 달리겠다”고 강조했다.

프로 선수로서 농구를 즐기며 행복한 에너지를 전파하는 게 자신의 가치관이라고 밝힌 워니. 그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서 언제나 열띤 응원을 해줘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올스타전에도 SK 팬들이 많이 와서 큰 힘이 됐어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용인=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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