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쇼’…불탄 터에 힌두사원 세운 모디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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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인도 아요디아에서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밀어닥쳐 500년 된 이슬람 사원을 때려 부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인도인민당은 무굴제국 시절 이슬람에 의해 훼손된 힌두사원의 복원 운동에 나서면서 전국적 관심을 받는다.
어떤 우익 평론가는 "인도에서 그동안 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만끽했지만 다수 힌두는 세속주의 원칙에 억눌려 왔다"며 "아요디아 힌두사원은 힌두의 커밍아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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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힌두 민족주의’ 부추겨
1992년 12월 인도 아요디아에서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밀어닥쳐 500년 된 이슬람 사원을 때려 부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은 끔찍한 종교분쟁을 불러, 전국에서 무슬림 2천명이 숨지는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던 인도인민당(BJP) 주요 인사들은 이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22일(현지시각) 파괴된 이슬람사원 터에 거대한 힌두교 사원 개원식 행사가 열렸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이 행사에 직접 참석한 인도인민당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당시 희생된 이들에 대해 어떤 유감의 뜻도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 정의가 이뤄졌고 자부심이 회복됐으며 기다리던 영광스러운 “새 시대”가 열렸다고 선포했다. 4천억원을 들여 지은 이 힌두교 사원은 라마신을 모시는 사원으로, 29만㎡의 넓은 터에 49m 높이의 돔을 이고 있는 모습이다.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이번에 힌두사원이 세워진 아요디아가 라마신의 탄생지라고 믿고 있다. 이슬람 제국인 무굴제국의 침략자들이 16세기에 이곳에 있던 라마신 사원을 무너뜨리고 폐허 위에 이슬람사원을 지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번 힌두교 사원의 개원은 빼앗긴 힌두 문화와 전통, 자부심의 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오랜 인도 정치의 핵심 가치였던 종교와 정치의 분리,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힌두 민족주의의 승리를 상징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요디아 힌두사원은 힌두의 커밍아웃”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인도인민당은 무굴제국 시절 이슬람에 의해 훼손된 힌두사원의 복원 운동에 나서면서 전국적 관심을 받는다. 모디 총리도 당시 인도인민당의 실무자로 캠페인에 참여했다. 1992년 아요디아 참사는 그 와중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모디 총리는 이날 개원식에서 당시 비극엔 눈을 감고 “우리는 더는 고개숙이지 말아야 한다. 더는 앉아 보고만 있지 말아야 한다”며 “라마신의 정신은 우리 헌법의 첫 장에 나온다. 우리가 라마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다퉈야 하는 건 불행”이라고 말했다.
인도인민당은 1992년 아요디아 참사 뒤 1996년과 1998년 선거에서 잇따라 제1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2014년과 2019년 선거에서 다시 승리해 재집권 중이다. 그사이 인도 대법원은 2019년 파괴된 아요디아 사원의 권리를 둘러싼 힌두교도와 무슬림 사이의 법정 다툼에서 힌두교도들의 손을 들어 주어 힌두교 사원의 건설을 허용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4월로 예정된 총선을 겨냥한 모디 총리의 정치 기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행사는 발리우드 스타 등 많은 유명 인사가 대거 참여한 가운데 전국에 생중계됐다. 뉴델리 등 전국 곳곳에서는 라마신과 모디 총리가 그려진 대형 입간판이 휘날렸다. 또 많은 주에서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했고, 주식시장도 문을 닫았다. 어떤 우익 평론가는 “인도에서 그동안 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만끽했지만 다수 힌두는 세속주의 원칙에 억눌려 왔다”며 “아요디아 힌두사원은 힌두의 커밍아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과 인권단체에서는 “국가가 종교행사를 장려하는 건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흐리게 하고 이슬람 등 종교적 소수에 대한 배제를 더욱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 비평가는 “지금은 모디 총리가 힌두교의 최고 사제인 시대”라며 “우리는 힌두교가 국가 공인 종교가 되는 사실상 신정 국가로 가는 길에 있다”고 꼬집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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