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엔비디아 ‘그림’ 그리는 올트먼… 삼성·SK하이닉스 ‘윈윈’ 전략은
“AI 메모리 시장 다변화에 삼성·SK 수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이번주 방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AI 반도체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키려는 올트먼과 국내 반도체 기업들간의 파트너십에 이목이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이번주 중 최 회장과 경 사장과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의 선고가 다음달 초로 연기되면서 직접 올트먼과 만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엔비디아로부터 독립 외치는 올트먼, 韓 기업과 파트너십 맺나
이번 올트먼 CEO의 방한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그가 자체 AI칩 생산 기업 설립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투자자와 파트너사를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올트먼 CEO가 직접 AI 칩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건 현재 AI 칩 시장의 90%를 독점하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다.
올트먼 CEO는 이번 방한 이전에도 최근 중동 투자자 및 대만, 일본 기업들과 AI 칩 설계·제조를 아우르는 새 공급망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된 기업은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인 G42,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일본 소프트뱅크 등이다.
특히 ‘오일머니’를 앞세운 G42와의 논의가 가장 진척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 CEO는 G42의 회장인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나하얀과 만나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타눈은 UAE 최고 권력자 중 1명으로, 현 대통령의 동생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다. G42는 이미 오픈AI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상태다.
◇ AI 반도체 시장 파이 커진다… 삼성·SK하이닉스엔 이익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가장 핵심적인 메모리 반도체 파트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짝을 이루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메인 공급사이며, 현재 보유한 HBM 생산능력의 대부분을 엔비디아 GPU용으로 생산 중이기도 하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엔비디아로부터 HBM 공급을 전제로 한 선수금을 받을 정도로 끈끈한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당장 SK하이닉스가 올트먼 CEO의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자로 나서거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보다는 협력 수준이 낮은 만큼 올트먼과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우 세계 AI 칩 생산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TSMC의 물량을 빼앗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AI 칩 설계를 이끄는 엔비디아, AMD 등의 팹리스는 대부분 TSMC에 칩 제조를 의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TSMC와 SK하이닉스의 역할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은 SK하이닉스가 반제품(semi-product) 형식으로 TSMC에 납품하면, TSMC가 2.5D 패키징 방식으로 GPU와 함께 실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의 경우 HBM 생산과 GPU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두 과정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오픈AI 사이의 AI 칩 경쟁 구도가 가속화될수록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엔비디아 독주 체제가 경쟁 구도로 다변화하면 AI용 메모리 제품 가격 협상력 측면에서 유리해질 공산이 크다. 여기에 삼성 파운드리의 경우 AI 칩 설계를 의뢰하는 고객사가 다변화되며 실적 기반이 확대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다만 당장은 최대 고객사이자 AI 메모리 ‘큰 손’인 엔비디아의 눈밖에 나는 것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올트먼의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시장 지배격인 엔비디아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올트먼과의 협력이 이익이 될 지 여부를 따져보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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