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서태지, 2024년 에스파의 ‘시대유감’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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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참으로 암울했던 시대가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4집(1995) 수록곡 '시대유감'을 두고 공윤이 가사 수정을 지시하자 서태지는 항의의 뜻으로 아예 가사를 들어내고 연주곡으로 실었다.
'시대유감'은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이후인 1996년 6월 가사가 온전히 복원된 곡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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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참으로 암울했던 시대가 있었다. 유신 독재 시절 신중현의 ‘미인’은 창법과 가사가 저속하다는 이유로, 송창식의 ‘고래사냥’은 염세적·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정부가 만든 공연윤리위원회(공윤)는 사전심의를 통해 정권에 위협이 될 만한 노래를 난도질하거나 틀어막았다.
이런 사전심의에 정면으로 맞선 이가 가수 정태춘이다. 그는 1990년 앨범 ‘아, 대한민국…’에 대한 공윤의 가사 수정 지시를 거부하고 ‘비합법 음반’으로 발표했다. 정태춘은 정부의 고발과 검찰의 기소에도 굴하지 않고 가요 사전심의제 철폐 운동을 펼쳤고, 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가세했다.
여기에 강력한 힘을 더한 이가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던 서태지다. 서태지와 아이들 4집(1995) 수록곡 ‘시대유감’을 두고 공윤이 가사 수정을 지시하자 서태지는 항의의 뜻으로 아예 가사를 들어내고 연주곡으로 실었다. 이에 팬들은 온전한 노래를 듣고 싶다며 가요 사전심의제 철폐 서명 운동을 벌였다. 여론은 들불처럼 번졌고, 헌법재판소는 1996년 가요 사전심의제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시대유감’은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이후인 1996년 6월 가사가 온전히 복원된 곡으로 세상에 나왔다.
‘시대유감’이 지난 12일 음질을 강화한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나왔다. 전에 없던 뮤직비디오도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와 함께 걸그룹 에스파도 지난 15일 ‘시대유감’ 리메이크 버전을 발표했다. 에스파 소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와 유튜브가 케이(K)팝의 역사를 조명하고 음악업계 성장에 기여하고자 2021년 시작한 ‘리마스터링 프로젝트’의 하나다. 두 버전 모두 유튜브에서 각각 조회수 50만회, 100만회를 넘기며 인기 급상승 음악 순위에 올랐다.
글로벌 스타 에스파야 그렇다 쳐도 서태지와 아이들 원곡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뜨겁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애초 공윤이 고치라고 했던 가사는 이렇다.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 /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길 바라네” 이 노래에 달린 유튜브 댓글은 이렇다. “1995년 가사가 2024년 지금 더 실감난다.” “‘시대유감’의 유통기한은 끝나지 않고 현재진행형이다. 씁쓸하다.” 2024년에 이 노래에 더욱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유감이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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