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숙원 '공공기관 제외' 올해는 이뤄질까…커지는 기대감
대통령 건의·과기정통부 개선안 마련…'R&D 예산 삭감 달래기' 해석도
31일 공공기관운영위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 여부 논의
대통령 건의·과기정통부 개선안 마련…'R&D 예산 삭감 달래기'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공공기관의 일률적 인건비·정원 규제에 묶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공공기관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연연에서 자율성 있는 연구개발(R&D)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고 긍정적 답변을 들은 데 이어 주무 부처도 공공기관 해제에 따른 개선사항을 미리 마련하면서 현장에서는 16년 만에 공공기관 해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31일 열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출연연의 공공기관 해제 여부를 논의한다.
출연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특수법인으로 설립됐지만, 2008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기관별 인건비, 정원 통제, 채용방식 제한 등 다른 기관과 같은 규제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과기분야 연구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으나, 2018년 출연연을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따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개정됐을 뿐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출연연도 공공기관에서 해제해 달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과학계에서는 매년 출연연의 공공기관 해제 목소리가 있었지만, 올해는 특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과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11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민간위원 오찬 간담회에서 민간위원인 한 출연연 원장이 공운법에서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을 제외해야 한다고 즉석 건의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추진해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최근 25개 출연연에 공공기관 해제 시 주요 개선사항을 담은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 시 개선사항 및 관리 방안'을 전달했다.
이 문건에는 출연연이 정책과 기술 환경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현행 규제 체계에서는 등으로 대응이 곤란하다며 핵심 인재를 위한 특별 채용 허용, 인건비 인상률 추가 조정, 과기정통부의 통합 정원 조정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과기정통부가 통상 매년 출연연의 공공기관 운영 해제를 요청하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개선책까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정 해제 요청은 매번 하는 것인 만큼 매해 있었던 일을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평년 때와는 상황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최근 R&D 예산 대폭 삭감으로 분위기가 크게 악화한 출연연을 달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출연연 관계자는 "예산 삭감을 맞은 출연연에서는 대신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는 이야기를 해 왔는데 이번 조치도 그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 정원이나 인건비 제한이 사라져 인력 유치가 지금보다 수월해지고,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상비를 획일적으로 절감하며 생겼던 전기요금 문제 등도 사라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4대 과기원이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음에도 총액 인건비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과기정통부도 아직 별도 관리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아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등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 관리 주체가 기획재정부에서 과기정통부로 바뀌면서 과기정통부가 인력과 예산까지 다루는 등 출연연에 대한 권한이 더 비대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과기정통부가 부처 차원 지침으로 출연연 통폐합을 하려 한다"며 공공기관 해제 대신 연구개발목적기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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