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우울증 앓다가 수면마취 의존... 하지만 의사 처방 받았다"

증거인멸교사, 흡연교사 혐의 부인
"공소사실에 과장된 것 많아" 반박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빠져 나가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아인(38∙본명 엄홍식)이 법정에서 투약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다만 수면마취제 투약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불법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박정길)는 23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유씨와 미술작가 최모(32)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유씨 측 변호인은 의료용 마약류 투약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혐의는 사실과 다르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변호인은 "(유씨가) 대중으로부터 관심 받는 삶을 살아오며 우울증∙공황장애∙수면장애를 앓았고 투약 의존성이 발생했다"면서 "다만 시술 없이 수면마취제만 투약한 적은 없고, 어느 마취제를 쓸 것인지도 의사의 전문적 판단 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불면증 치료제로 쓰이는 스틸녹스(졸피뎀 성분)를 가족 명의로 처방 받은 부분도 사실 관계는 인정했지만 법리적으로 위법 행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처방전을 제시하고 약사에게 직접 구매한 것인 만큼,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이의 취급을 금지하는 마약류관리법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유씨 측은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A씨에게 문자를 삭제하라고 한 적 없고, 이는 (유씨와 무관한) A씨 형사사건의 증거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범들과 대마를 같이 피우긴 했어도, 이를 건네거나 권유한 적은 없다"며 대마흡연 교사 혐의 역시 부인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유씨는 자신의 행위를 믿고 지지해준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부분에 대해 깊게 반성한다"면서 "공소사실은 여러 부분에서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니 깊이 살펴봐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3월 5일로 잡혔다.

유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미용시술을 위한 수면 마취를 빙자해 181차례에 걸쳐 프로포폴 등 마취제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자신을 향한 수사가 시작되자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대마흡연을 강요한 혐의도 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