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한동훈, ‘갈등설’ 이틀 만에 끌어안았다
총선 전 분열 우려 커지자 빠르게 봉합 시도…‘극적 반전 노린 것’이란 분석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 화재 현장에서 전격적으로 만났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지 불과 이틀 만에 함께 모습을 보이면서 빠르게 갈등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극적 반전 효과를 노린 '약속대련'이었다는 의심 또한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충남 서천 특화시장을 방문,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3일 5부요인 등 입법·사법·행정의 주요 인사들과의 신년인사회 후 20일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지 이틀 만의 조우이기도 하다.
이날 한 위원장은 오후 1시경 점포 227곳이 전소되는 화재 피해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이날 별도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한파 속 대형화재로 피해를 입은 시장 상인을 위로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도착한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기다렸고, 이후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화재현장을 둘러보며 점검에 나섰다. 윤 대통령을 마주한 한 위원장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고, 이에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한 후 어깨를 감싸는 등 한껏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 소식이 전해지자, 21일 오후부터 불거진 갈등설을 빠르게 봉합하고 화해모드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총선을 불과 78일 남은 상황에서 더 이상 갈등과 분열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대응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에 따른 '사천(私薦)'논란과 관련해 한 위원장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은 이를 거부하면서 충돌을 빚어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이견이 속출하면서 분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론까지 악화하자 더 이상의 갈등 국면은 공멸을 낳는다는 인식에 23일 오전부터 양측은 추가 대응을 자제하며 봉합 모드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오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극적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다만 언론을 통해 갈등설이 불거진 지 불과 이틀 만에 이 같은 화해 모습을 연출하면서 사태 초반부터 일각에서 제기돼 온 이른바 '약속대련설'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 여사 리스크를 둘러싸고 당내 출구전략이 꽉 막힌 상황에서 당정 간 극적인 갈등 봉합에 따른 반전을 노리며 처음부터 짜고 쳤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제기한 대표적인 인물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다. 이 대표는 전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내게 '이관섭 비서실장을 (한 위원장에게) 보낸 건 약속대련'이라고 이야기하더라"라고 전하며 "애초에 기획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속된 말로 혼내거나 싫은 소리 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거나 텔레그램을 하면 된다"며 "굳이 이 실장을 보내 '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쏠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만남으로 사퇴설을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 갈등설을 촉발한 쟁점들은 그대로 살아 있다. 여전히 당 안팎에선 명품백 의혹 등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 여부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쟁점들이 어떻게 해소될지 여부에 따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중 권력의 무게추가 어디로 쏠려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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