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 국방 양자 기술 연구에 244억원 투자
해킹 불가 암호 생성·스텔스기 탐지 가능
방사청 “고유의 암호체계 구축할 원천 기술 확보”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양자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적용할 특화 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정부는 세계 주요국이 뛰어든 국방 양자 원천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23일 대전에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국방 양자 컴퓨팅&센싱 기술 특화 연구센터’를 열었다고 밝혔다. 센터는 2029년까지 6년간 약 244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무기체계에 적용할 수 있는 국방 양자 원천 기술을 연구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특화 연구센터 사업은 산업체, 대학 및 연구 기관에 센터를 설립해 특정 기술 분야 연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수 연구 인력의 기술 잠재력을 국방 기술 개발에 접목해 국방 분야 핵심 기초 기술을 확보하고 인력을 양성해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양자 기술은 미래 전장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꿀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양자는 ‘더이상 작게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가진 입자 상태’를 뜻한다. 양자 고유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하면 무기 체계와 작전 수행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기연은 2022년 8월31일 발간한 ‘미래 전장 양상을 바꾸는 양자기술 10선’을 통해, 현재 작전 환경은 정보의 상태가 결정된 고전 물리 이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보의 결정된 상태를 알면 적의 무기체계에 대한 공격과 기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양자 기술은 상태가 사전에 정해지지 않고 확률에 기초한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해서 예측이 어렵다는 게 국기연의 설명이다.
따라서 양자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하면 기존 무기 체계의 성능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자 기술을 활용한 암호통신은 물리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키를 공유할 수 있고 적의 해킹 시도 여부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다수 입력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초고속 연산이 가능하다. 이 점을 활용하면 병력을 배치하거나 작전 경로를 탐색할 때 다양한 경우의 수를 입력해 최적의 알고리즘을 도출해낼 수 있다. 양자 레이더를 활용하면 수백㎞ 거리의 스텔스 전투기도 탐지·식별할 수 있다고 국기연은 밝혔다.
양자 기술은 수출 통제 기술이어서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국은 정부 주도로 연구 개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유럽은 2018년부터 10년간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를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실행 중이고 미국과 중국도 양자 과학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부터 2035년까지 총 세 단계에 걸쳐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 전략을 마련했다.
방사청은 이날 개소한 센터의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국내 고유의 국방 암호 통신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양자 수신기를 활용한 양자 레이더·통신을 통해 탐지 능력과 보안성을 향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강환석 방사청 차장은 “양자 기술은 향후 무기체계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올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국방 양자 기술 개발과 발전을 위해 연구진의 노력을 당부하고 필요한 부분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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