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 도입해도..공사비 적정성 판단은 '조합 몫'

방윤영 기자 2024. 1. 23. 1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 재건축 현장의 모습. /사진=뉴스1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사업과 같은 공사비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마련했으나, 공사비가 적정한지 여부는 여전히 조합에서 판단해야 하는 측면이 남아 있다. 복잡한 공사계약서를 일반인인 조합이 완벽히 이해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반면 공사비를 올릴 수 있는 길은 열어둬 조합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성 부족한 조합이 판단해야 할 부분 여전…공사비 검증도 의무 아냐
23일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에 따르면 시공사가 공사비 세부 산출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한 뒤 이를 첨부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현재 시공사는 공사비를 '3.3㎡당 600만원' 식으로 뭉뚱그려 제시했는데, 세부 내역을 첨부하도록 한 것이다. 세부 산출내역서는 추후 공사비 증액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국토부는 설명한다.

하지만 세부 산출내역서 자체의 적정성은 조합에서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만약 첫 단추인 세부 산출내역서부터 잘못됐다면 추후 공사비 증액 논의 과정에서 조합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밖에 없다.

국토부는 추후 검증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 산출내역서를 기반으로 최초 계약을 하지만 더 중요한 본계약을 맺을 때는 산출내역서의 적정성을 따져볼 수 있도록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의뢰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걸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착공 전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표준공사계약서에 담았으나, 반드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아닌데다 한국부동산원의 역할은 검증에 그쳐 법적 강제성이 없다.

따라서 조합이 기댈 수 있는 건 '분쟁조정위원회'가 거의 유일해진다. 분쟁조정위원회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해 조정의 실효성을 강화한다. 다만 이는 도시정비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당장 활용할 수는 없다. 국토부는 다음 달 중 개정안 발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둔촌주공 공사 중단 사태 당시 서울시와 지자체가 달라붙어 조정을 했는데도 쉽게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도 나온다.

무엇보다 표준공사계약서 적용 여부 자체도 권고 사항에 그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급공사나 민간 건설공사 도급 계약서 등도 건설산업법에 보면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한다는 형태로 돼 있어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지자체가 조합 설립을 인가하는 과정에서 조합이 표준공사계약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등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2022년 6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한 달 넘게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모습. /사진=뉴스1
공사비 인상 근거 반영…업계 "주요 분쟁 원인 대책 빠져 실효성 글쎄"
공사비 증액의 문은 열렸다. 대부분이 적용하는 착공 이후 물가 변동을 반영할 수 없도록 한 특약을 없애고, 착공 이후에도 특정 자잿값이 급등하는 경우 물가상승을 일부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자체가 조합에는 시공사의 과도한 요구일 수 있지만, 시공사와 조합 모두 합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하고 반영을 해줘야 하는데 절충이 되지 않다 보니 분쟁이 심화한 부분이 있다"며 "그렇다면 조합도 시공사의 요구에 맞춰 일부분(물가인상 등)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비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의 주요 원인은 단순 마감재가 아니라 층수, 내부 설계구조 변경, 커뮤니티 시설 확대 등과 같은 변경인데 이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며 "시공사에서 계약 시 명시한 것들을 지키지 않고 공사비에 포함해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에 대한 페널티나 제재방안이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