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뒤에는 영세기업도 처벌”…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곳곳 ‘우려’
영세기업 사업주도 처벌 대상
경제계·정부·여당 “적용 유예”
노동계 “2년간 뭐했나” 비판
경제계와 정부·여당은 법 적용 유예를 위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다만, 노동계는 이미 2년간 유예해 왔던 만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오는 27일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건설현장을 대상으로도 처벌이 이뤄진다.
경총이 지난해 11월 50인 미만 사업장 1053곳을 조사한 결과 45%는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거나 공사금액이 낮을수록 관련 인력이 없다는 응답 비중이 컸다.
건설현장은 사정이 더 열악하다.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곳에서는 관련 인력이 없다는 곳이 35%로 나타났지만 20억원 미만에서는 45%, 1억원 미만에서는 60%로 조사됐다.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이 ‘있다’고 답한 곳 중 57%는 사업주나 현장소장이 맡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안전인력 채용이 여의치 않아 사업주가 직접 도맡아 처리하는 실정으로 풀이된다.
경제5단체는 이날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이 만성적 인력난과 재정난으로 법 시행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적용 유예를 그동안 수차례 촉구했다”며 “경제계의 약속과 절박한 호소에도 법 시행 나흘을 앞둔 지금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의 즉각 시행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유예기간을 통해 보다 많은 정부 지원과 사업장 스스로 개선방안을 찾도록 하는 것이 재해예방을 위한 가장 현실적 방향”이라며 “만약 이대로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이 시행되면 사업장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많은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계도 사업장 안전문화 확산, 중소기업 안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중앙회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도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여당과 정부는 예방 지원에 중점을 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며 “최근 당정이 발표한 산재 예방 지원 확대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인력과 조직 확충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 연내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고 산업재해 예방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의 공식 사과, 2년간 구체적 지원방안 수립, 2년 후 즉각 시행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최상복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개정안은 재해 예방보다는 범법자만 양산해 기업의 존속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여당도 법 적용 유예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그동안 중소 영세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 등 피할 수 없는 요인으로 아직 준비가 부족함을 호소했고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실상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법 시행 연기를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산업재해 예방 예산 확대 등의 조건을 또다시 추가하고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며 “(민주당은) 법안 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정의당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법 적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법 적용을 유예한 지난 2년간 무엇을 했기에 중소기업들이 ‘살얼음을 겪고 있다. 힘들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냐”며 “준비기간 동안 중소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을 했다면 이런 볼멘소리는 절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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