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효율 따져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국내산에 호재될까
(지디넷코리아=김윤희 기자)정부가 배터리 효율 수준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꺼내들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대세로 떠올랐다. LFP 배터리는 중국에서 주로 생산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는 비싼 가격 탓에 전기차 업체들이 외면, 시장에서 후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배터리 효율, 성능 등이 앞선 NCM 배터리 탑재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배터리 밀도와 효율, 재활용 여부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업계와 공유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6일 환경부가 전기차 제조사 및 판매사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이른 시일 내 보조금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보조금 정책을 이같이 개편할 경우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와 효율이 떨어지는 LFP 배터리 탑재 차량은 예전보다 적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반대로 NCM 배터리 탑재 차량에는 더 많은 보조금이 책정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현재 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주력 상품으로 공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 않고, CATL이나 BYD 등 중국 기업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당초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그만큼 주행 거리가 짧아 산업계에서 조명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전기차의 가격 접근성이 화두가 되면서, 원가 절감에 유리한 LFP 배터리가 전기차 다수에 탑재됐다. 테슬라,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 등 외국계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기아, 케이지모빌리티 등 국내 기업도 자체 차량에 LFP 배터리 탑재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LFP 탑재 전기차에 몰리게 되면, 전기차 보조금 중 상당량이 중국 배터리 기업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번 보조금 개편안이 국내 배터리, 전기차 산업을 보호 육성하는 동시에 중국 산업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LFP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되찾아오겠다는 계획인 만큼, 업계가 기술을 고도화할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도 있다. 완성차 기업 다수가 원가절감 차원에서 LFP 배터리를 찾게 되자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 생산 준비에 착수했다. 본격적인 생산까지 이뤄지려면 오는 2026년께가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내후년인 2026년 LFP 배터리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고객사와 공급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산 계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 정책 개편안에 대해 중국이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전기차 공급망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상호 견제 정책을 발표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자칫 통상 외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북한, 이란 등 해외우려집단(FEOC) 소재 기업에서 전기차 배터리 및 재료를 구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규정을 발표했다. 같은 달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인조, 천연 흑연 등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도입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NCM, NCA 등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면서 중저가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기차 배터리에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유리한 정책이 되겠지만, 무역 분쟁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ky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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