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도 영하 272도에서도 안 죽어! 물곰의 생존 비결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완보동물은 ‘지구 최강 생존자’로 유명합니다. 과거 연구를 보면, 완보동물은 얼려도, 끓여도, 굶겨도, 치명적인 방사선을 쪼여도 죽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 자라도 몸길이 0.1㎜에 불과한 이 동물은 어떻게 뛰어난 생명력을 지니게 된 걸까요.
A. 완보동물은 생존에 위협이 극한의 환경에 처하면 신진대사를 멈추고 휴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랬다가 주변 환경이 나아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일종의 ‘비상 생존 모드’를 지닌 동물이랄까요.
완보동물(緩步動物, Tardigrada)은 이름처럼 느린 동물입니다. 4쌍의 다리로 곰처럼 느리게 걷는다고 해서 물벌레 혹은 물곰(water bear)이라고 불리죠. 귀여운 별칭이니 오늘은 완보동물을 물곰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물곰은 아주 작아요. 다 자란 성체가 0.05~1.5㎜ 사이라고 하니 정말 점만 한 체격이죠. 현재까지 약 1500여 종이 발견됐는데 히말라야 정상부터 심해, 극지방부터 적도까지 지구 전체에 없는 곳이 없습니다. 이끼, 지의류 등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됩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바다 탐험대 옥토넛’에도 물곰이 등장해요. 해저에 사는 물곰 ‘프랭크’가 용암 동물에 빠지자 탐험대가 구조에 나서는데요, 이 에피소드에서 프랭크는 자신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넓은 바다, 깊은 숲, 눈 덮인 산까지 우린 어디든 살 수 있지. 우리 삼촌은 우주에도 다녀왔어. 몸이 작아도 우린 아주 강해.”
물곰의 허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물곰은 생명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아주 다양한 ‘시련’을 겪어왔어요. 물곰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과학자들은 물곰을 극저온·고온, 고압·저압, 방사선, 독성 물질 등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했거든요.
프랭크의 말마따나, 물곰들은 아주 강인했습니다. 휴면 상태의 물곰은 30년 간 얼어 있다가도, 물 없는 환경에서 10~20년간 견뎌냈다가도 다시 깨었어요. 영하 272도, 영상 150도 등 극한의 온도에서도 살아남았고요.
2019년에는 달 탐사선과 우주선에 실려 지구 밖까지 실려 가기도 했는데요, 우주선에 실렸던 물곰들은 우주의 진공 상태에 노출된 뒤에도 살아남아 멀쩡히 번식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물곰은 어떻게 이런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요. 최근 미국 마셜대학교 연구진은 물곰이 혹독한 환경에 처하게 되면 몸 속 신진대사 활동을 멈추고,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 휴면 상태(Cryptobiosis)에 빠진다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활동 상태에서는 견디기 힘든 환경을 휴면 상태로 버티는 것입니다.
데릭 콜링 교수와 연구진은 물곰이 언제, 어떻게 휴면 상태로 접어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고농도의 과산화수소, 염화칼슘, 메탄올, 영하 80도의 환경 등에 노출시켰는데요, 그러자 완보동물은 스트레스의 정도가 심할수록 더 빨리 휴면 상태가 되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는 ‘절전 모드’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 활성 상태로 돌아왔고요.
물곰은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갖게 된 걸까요. 극지연구소 김지훈 박사는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 통 상태(tun state)로 휴면에 들어가는 물곰 특유의 능력은 완보동물이 육상으로 진출하면서 갖게 된 특성일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김지훈 박사는 “환경 조건이 언제나 일정한 바닷속 해양 완보동물은 이러한 휴면 상태를 만드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휴면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동물은 완보동물 이외에도 윤형동물, 선형동물이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작은 크기, 단순한 몸과 내부기관, 적은 세포수 등이 공통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직 완보동물이 어떻게 이런 강한 생명력을 지니게 되었는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이 동물들의 공통된 특성과 연관된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움 주신 김지훈 박사는
극지연구소 김지훈 박사(빙하지각연구본부 연구원)는 완보동물의 진화와 다양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극지 화석을 분석해 엽족동물인 ‘루올리샤니드’가 완보동물의 조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북극과 남극의 이끼에서 신종 완보동물 2종을 발견한 바 있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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