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깰 수 있는 법칙 2대8!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여름 날 갑자기 잔디 밭에 수북이 솟아오른 개미굴을 보자. 바쁘게 움직이는 개미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80%의 개미는 빈둥거리고 20%만이 일을 한다. 빈둥거리는 80%의 개미들만 따로 모아 놓으면 거기에서 다시 20%는 바쁘게 일하고 80%는 여전히 빈둥거린다. 이는 일본의 곤충학자가 관찰하여 쓴 <일하지 않는 개미>의 내용이다. 개미굴을 없애려고 일부러 화학 약품을 뿌릴 필요는 없다. 다른 곳의 개미굴에서 흙과 개미를 한 삽 떠서 잔디밭 개미굴에 뿌리면 두 집단의 개미가 싸우다가 결국 모두 죽는다. 그 때는 80%의 ‘빈둥 개미’도 열심히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다.
부의 불평등한 쏠림을 예방 또는 교정하고자 자본주의 정부는 많은 노력을 경주한다. 2021년 기준, 미국 전체 부의 32%는 가장 부유한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연방준비은행의 자료에서 나타났다. 상위 2%로 확대해 보면 그들이 전체 부의 50%를 차지하니 심각한 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소득의 불평등이 대권에 재도전하는 트럼프의 식지 않는 인기의 보이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상위 20%의 부자들이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부의 균등분배에 관심이 많았던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영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구성원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통계적 그래프로 만들어 그 관계를 보여주었다. 아쉽게도 부의 평등한 분배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1950년 패전 후의 일본에 와서 기업들에게 통계적 방법을 활용한 품질 관리기법을 전파한 주란(Joseph Juran)교수는 파레트의 이런 통계적 입증을 ‘파레토의 법칙(Pareto Principle)’이라고 최초로 불렀다. 그후 ‘2대 8의 법칙’ 또는 ‘80대 20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졌다. 주란 교수는 “품질 불량의 80%는 전체 원인 중 20%의 주요 문제에서 나온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파레토의 법칙을 일반화한 것이다.
사실 2대 8의 법칙은 일상생활 및 사회 통계에서 알게 모르게 이미 많이 침투된 현상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개인의 전화 통화에서 20% 사람과의 통화가 전체 통화 시간의 80%를 차지한다. 옷장의 옷 중 20%가 즐겨 입는 옷의 80%를 차지한다. 유명 백화점 매출에서 상위 2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전체 근무시간 중에서 집중한 시간 20%가 80%의 성과를 낸다.
경영에서 파레토 법칙의 응용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단, 그 응용의 전제 조건은 현실적으로 나타난 불균형과 불평등의 인정이다. 그래서 좀 찜찜하지만, 원인과 결과, Input 과 Output 그리고 핵심 소수와 절대 다수 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비대칭성과 불균형을 받아들여 경영에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 응용 분야는 인재개발, 의사결정, 마케팅 그리고 생산 및 품질관리 등이다.
기업에서 20%의 핵심 인원이 성과의 80%를 창출하므로 그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 인재개발에서의 응용이다. 대개 기업의 상대평가제 인사고과에서 상위 20%에 들어야 핵심인재로 취급되어 경력개발 및 승진 대상이 될 수 있다. 핵심인재를 발굴해서 키우는 것은 인사관리의 80%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의사결정, 생산성 및 품질 향상 등에서 그 실적에 영향을 주는 상위 20%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집중하여 관리하는 것이 전체 80%의 업무를 해결하는 효율적 방법이다.
팔레트 법칙은 앞으로도 계속 발현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중력의 법칙과 같은 자연법칙은 아니므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현상이다. 디지털 경제와 인터넷 플랫폼 마케팅의 시대이므로 파레트 법칙에 대한 반박은 이미 나와 있다. 긴 꼬리 즉 ‘롱 테일(Long Tail)의 법칙’이 그것이다. 2대 8에서 괄시 받던 80% 다수의 반란인 셈이다. 일부 품목의 인터넷 판매에서는 상위 20% 보다 하위 긴 꼬리의 80%가 더 큰 매출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모든 기업에게 잠시라도 잊을 수 없는 화두는 역시 혁신이다. 20%가 80%의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에서 혁신을 한다면 20%가 90%를 창출하는 구조로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80%의 인력, 자원, 시간이 더 큰 생산성과 성과를 창출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혁신이다. 파레토의 법칙은 얼마든지 혁신으로 깨질 수 있다. 알고는 있어야 하지만 맹신할 필요는 없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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