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의 '교묘한 비틀기'는 이번에도 성공할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여자)아이들의 신곡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당당함과 솔직함을 내세워 인기를 끈 (여자)아이들이지만, 이전의 곡들과 비교해도 분명 수위가 높다. 이를 비판하는 측도, 옹호하는 측도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 다만, (여자)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단순히 '와이프'의 높은 수위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자)아이들은 '선정성 논란'을 딛고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여자)아이들은 22일 0시 정규 2집 '2'(Two)의 수록곡 'Wife'(와이프)를 선공개했다. '와이프'는 버블검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팝 트랙 장르의 곡으로 독특하면서 세련된 사운드가 인상적인 곡이다. 멤버 소연이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했다.
노래가 공개된 이후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가사의 선정성 때문이다. 한국어 가사는 "조심스레 키스하고 과감하게 먹어 치워" "어떤지 맛 표현도 들려 보여줘" "배웠으면 이제 너도 한번 올라타 봐" 등 높은 수위의 내용이 담겨있다. 영어 파트 역시 성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지나친 선정성을 문제 삼았다. 특히 지난 앨범 타이틀곡 '퀸카'가 어린 연령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와이프' 역시 어린 연령대의 팬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 걱정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대로 노래를 부르는 멤버들이 성인이라 문제 될 것이 없고 표현의 자유로 봐야한다는 반박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려 정규 앨범의 선공개 곡으로 나온 '와이프'가 관심을 끌려는 상업적인 의도를 담지 않은 곡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K팝에 이렇게 높은 수위의 가사가 담기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답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2020년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할 당시 이와 경쟁하던 노래는 카디비의 'WAP' 였다. 성적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WAP'는 '와이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위의 가사가 담겨있었다. 반대로 '다이너마이트'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대조를 이뤘다. 많은 글로벌 팬들은 '다이너마이트'의 긍정적 에너지에 큰 영향을 받았다.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자녀가 'WAP'를 듣는 대신 '다이너마이트'를 들어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K팝이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음악으로 성장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떤 연령대가 들어도 무난한 수위와 내용의 가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K팝 아티스트들에게 울타리를 채우고 '이 수위 안에서만 가사를 써라'라고 규정짓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그 잣대라는 것이 사람마다 제각각일뿐더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검열'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표현은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획일화된 음악만 남을 뿐이다. 기존의 아이돌이 쉽게 할 수 없었던 표현과 수위를 가장 먼저 시도했다는 관점에서 (여자)아이들의 '와이프'는 오히려 인상적인 지점이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다만, '와이프'가 탄생하기까지 (여자)아이들의 앨범을 되짚어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여자)아이들의 음악적 색깔은 정규 1집 'I NEVER DIE'를 기점으로 크게 변화했다. 물론 그전에도 '라타타', '화', '덤디덤디' 등 좋은 노래들이 많았지만 'I NEVER DIE'의 타이틀곡 'TOMBOY'(톰보이)는 (여자)아이들에게 상업적으로 또 음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게 해주었다. 이후 (여자)아이들은 '톰보이'에서 보여준 주체적인 당당함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방식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교묘하게 비트는 것이었다.
'톰보이'의 바로 다음 활동인 'Nxde'에서는 벗은 몸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외설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가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곡 후반부에 나오는 "변태는 너야"라는 가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발매한 미니 6집 'I feel'에서는 이러한 비틀기가 곡 단위로 확장됐다. 선공개곡 '알러지'에서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에 대해서 노래하고 이어지는 타이틀곡 '퀸카'를 통해 누군가의 퀸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식이다.
즉, 자신들이 깨고 싶은 편견을 먼저 보여주고 하고 싶은 말을 나중에 배치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의도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와이프'의 후반부에 들어간 "But I don't wanna Wife, wife, wife, wife"라는 가사, 앨범 소개에 "But I'm not"이라는 문구를 적은 것, 선공개곡 '와이프'와 타이틀곡 'Super lady'(슈퍼 레이디)가 주는 이미지상의 대조가 그러하다. 아마도 (여자)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와이프'에서의 단편적인 메시지보다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와 이어 들었을 때 뚜렷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비슷한 패턴이 세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표현의 수위가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그 수위는 '하고 싶은 말'보다는 '깨고 싶은 편견'에서 더 세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을 짚다 보면 '다음에는 더 노골적인 표현과 수위로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아가 높은 수위에만 초점이 맞춰져 진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매몰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어찌 됐건, 선공개곡의 가장 큰 목표인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다음주 공개되는 정규 앨범에 따라 이 관심은 칭찬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더 큰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앞선 두 번의 앨범에서 교묘한 비틀기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여자)아이들이 이번에도 그 비틀기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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