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수치다” “중국만 제자리걸음이다” “열심히 해도 이길 수 없다는 게 두렵다” 극도로 부진한 중국에 대한 성토

김세훈 기자 2024. 1. 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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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자 축구대표팀 수비수 주천지에가 22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카타르에 패한 뒤 승리해 환호하는 카타르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상 최악이다. 3경기 무득점, 무승이라니.”

“수치스런 역사다. 13회 만에 아시안컵 조별리그 무득점이다.”

“중국 축구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감독 교체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후임자가 없어 걱정이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극도로 부진한 중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향한 날선 발언들이다. 언론, 팬, 심지어 대표 선수들조차 부진한 대표팀에 대해 비난, 비판,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중국은 23일 카타르에 0-1로 패해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2무1패(0득1실)에 머물렀다. 중국이 조별리그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한 건 1976년 대회 이후 48년 만이다. 다만 16강 진출을 둘러싼 희미한 불씨는 남겼다. 조 3위(승점 2) 중국은 다른 조 3위 팀과 성적을 비교해 16강행 티켓을 쥘 수는 있다. 그러나 승점도 적고 득점도 없어 불리하다. 현재 D조 3위 인도네시아, E조 3위 바레인은 승점이 3이다.

소후닷컴 등 중국 몇몇 포털사이트는 중국 남자축구 대표팀에 대한 힐난, 비아냥, 걱정으로 도배됐다. 한 중국 팬은 “카타르가 주전들을 뺀 덕분에 중국이 한 골밖에 내주지 않았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16강 진출에 대해) 유예를 받았지만 스스로 도울 수 없다면 신의 도움을 기대하지 말라”고 힐난하는 팬들도 있었다. 한 팬은 “대회마다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게 당황스럽다”고 썼다.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중국 대표팀 감독(52·세르비아)은 카타르전이 끝난 뒤 “이론적으로 16강에 오를 기회가 있으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팬은 “너무 괴로운 기다림”이라며 “차라리 탈락선언을 하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얀코비치 감독은 2023년 3월부터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얀코비치 감독은 앞서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을 4년 이끌다가 국가대표팀 감독이 됐다. 얀코비치 감독은 성인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전무하다. 중국 매체들은 “얀코비치는 뚜렷한 기술적, 전술적 스타일을 확립하지 못했다”며 “유소년 코치만 경험해본 얀코비치는 아시안컵 준비 과정에서도 과도한 훈련으로 대표팀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얀코비치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8강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베이닝 뉴스는 보도했다. 팬과 언론이 대체로 조기 해임을 요구한다. 한 중국 매체는 “파울로 벤투 등 유명 감독들과 협상이 무산된 뒤 얀코비치 감독을 서둘러 선임한 게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대표팀은 평균 연령 29.8세로 고령 팀 중 하나다. 탄롱, 우시, 장린펑 등 주축이 30대 중반이다. 한 팬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여러 차례 훈련캠프에서 얀코비치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점검과 훈련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얀코비치 감독은 이례적으로 이번 아시안컵에 골키퍼를 4명을 데려왔다. 브라질에서 귀화한 공격수 아이커선(35·청두 룽청)은 뽑지 않았다. 한 팬은 “얀코비치가 골키퍼 한 명을 줄이고 이어커선을 데려왔다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후회했다.

대표 선수들도 많이 낙심한 분위기다. 카타르전에서 수차례 득점 기회를 날린 웨이스하오는 “모든 나라가 발전하고 있는데 중국만 가만히 서 있는지 모른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간판 공격수 우레이도 “이전에 약자로 여겨진 아시아 국가들이 지금은 많이 강해졌다”며 “중국 축구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몇몇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중국 대표 선수들은 “지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열심히 해도 이기지 못한다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얀코비치 감독을 해고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중국의 깊은 고민이 있다. 훌륭한 자국 지도자들이 별로 없고 외국 지도자를 선임하면 효과를 내는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국은 아시안컵이 끝난 뒤 오는 3월부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이어가야 한다. 중국은 아시아 2차 예선 C조에서 한국(2승), 태국(1승1패 골득실 +1)에 이어 3위(1승1패 골득실 -2)다. 조 2위에 들어야만 18개 국이 겨루는 3차 예선에 나갈 수 있다. 한 중국 팬은 “중국이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은 월드컵을 유치하는 것뿐”이라고 한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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