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오’ 그룹이 촉발한 K바이오 지각변동[류성의 제약국부론]
K바이오 업계 합종연횡 및 옥석가리기 본격화 신호탄
바이오 미래성장동력 삼는 대기업 속속 등장
기술수출 주력 K바이오 한계, 대자본 유치 수요급증
K바이오 아킬레스건 규모의 경제 달성 효과
기술수출 vs.자체 신약 상용화 기업군 이원화 가속
비슷한 시기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는 7700여 억원을 들여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확보하며 1대 주주로 등극했다. 반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를 취득, 이 회사의 1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지분을 맞교환했다.
레고캠바이오는 ADC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지금까지 해외에 신약기술을 무려 9건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며 대표적 K바이오 신약 기술력 강자로 자리매김한 바이오벤처다. 한미약품 또한 메이저 제약사 가운데 신약 기술개발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봉으로 평가받아온 굴지의 전통 제약사라는 점에서 이번 딜은 업계로부터 특별한 주목을 받고있다.
간발의 차이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뤄진 오리온·OCI그룹과 레고켐바이오·한미약품간 메가딜은 무엇보다 K바이오 업계에 앞으로 이업종·동업종을 아우르는 합종연횡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우연히 잇달아 일어난 빅딜이 아니라 바다 밑에서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거대한 빙산의 꼭대기 부분이라는 얘기다.
특히 지금 바이오 업계는 합종연횡이 확산할수 있는 기반이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바이오기업을 팔겠다는 공급자와 사겠다는 수요자가 덩달아 급증하면서 딜이 성사될수 있는 여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수년전부터 바이오에 투자하는 돈줄이 메마르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있는 신약개발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연구개발을 지속하기가 어려워 ‘구원 투수’를 찾아나서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1대 주주 자리를 내놓더라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신약개발을 할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하는 바이오기업 오너들이 늘고 있다.
수요자 측면에서도 바이오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본격 육성할지 여부를 두고 망설이던 상당수 대기업이 바이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현상으로 바이오 치료제 시장 전망이 밝은데다, 신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바이오 사업은 후발주자에게도 막대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업의 특징이 흡인력있게 거대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내로라하는 상당수 기술력있는 바이오벤처들은 이미 다수 국내외 거대자본과 M&A(인수합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이번 두 ‘오’ 그룹의 메가딜은 K바이오에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K바이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은 덩치가 작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하다보니 아무리 탁월한 신약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최소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자금이 들어가는 신약 상용화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메이저 제약사라 하더라도 예외없이 신약개발 중간에서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는데 만족하는 게 현실이다. 기술수출한 신약물질이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정작 기술을 사간 다국적 제약사가 과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기술을 수출한 K바이오는 떡고물 정도만 차지하는 불합리한 구조다.
거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바이오기업간 합종연횡은 단숨에 바이오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 자체적인 신약 상용화를 넘볼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실제 레고캠바이오와 한미약품 모두 대자본을 유치하게 되면서 신약의 상용화까지 완주하는 여력을 확보하게 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자체 신약의 상용화를 추진할수 있게 되면 신약 1개에서 나오는 매출이 조단위를 넘어서는 ‘블록버스터’를 K바이오도 가질수 있게 되는 환경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수 블록버스터를 확보하게 되면 K바이오는 저절로 ‘제약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업계의 변화로 볼수있다.
여기에 대기업과 K바이오 연합기업이 늘게 되면 앞으로 K바이오는 기술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 기업군과 자체 신약개발로 상용화까지 완주하는 군으로 이원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오’ 그룹의 이번 인수·합병 의도가 어떻든 간에 K바이오의 판도를 뒤흔드는 대지진은 이미 시작됐다.
류성 (sta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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