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양현석, 대출 받아 자사주 사들였다…'200억 줍줍' 의미는

김건우 기자 2024. 1. 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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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최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달라진 오너십이 주목받고 있다. 음반, 가수 제작에 집중하던 최대주주들이 직접 자사주를 매입해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서다.

23일 양현석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부터 3거래일 동안 46만1940주를 주당 4만3305원에 장내 매수했다. 양 프로듀서의 지분율은 16.8%에서 19.3%로 상승했다.

양 프로듀서의 장내 매수는 2011년 11월 코스닥 상장 이후 처음이다. 주식 매입 자금은 보유주식 125만여주를 맡기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주식담보대출도 상장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자사주 매입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와이지엔터는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올해 준비하고 있는 사업과 회사의 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업계는 와이지엔터가 걸그룹 블랙핑크의 솔로 활동 재계약 불발 이후 실적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가장 어려운 시기, 필요한 것은 시간'(대신), '내공을 입증할 필요'(삼성), '피해가기 힘든 24년 감익'(교보) 등의 기업분석 리포트를 발간하며 목표주가를 5만6000원까지 하향 조정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4년은 와이지엔터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전망"이라며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블랙핑크의 단체 재계약은 성공해 불행 중 다행이나, 이들의 2024년 단체 활동 여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워 실적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JYP Ent.도 최근 주가가 하락하자 최대주주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박진영 프로듀서가 5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주당 10만원을 유지했던 주가가 8만원 수준까지 급락하자 직접 주식을 매수한 것이다. 지분율은 15.22%에서 15.37%로 늘어났다.

이번 장내매수로 지난해 11월 박 프로듀서가 유튜버 슈카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슈카월드'에 출연해 "저한테 여윳돈만 있으면 무조건 저희 회사 주식을 산다"라고 했던 발언도 주목받았다. 그는 "지금부터 1년 동안 계속 떨어질 수도 있지만 1년 뒤를 보는 게 아니라 3년 뒤, 5년 뒤를 보고 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저희 회사의 체계, 팀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K팝 상장사들은 프로듀서 출신이 최대주주이지만 대부분 경영에 깊게 관여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상장 엔터사 가운데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만 최대주주인 한성호 프로듀서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K팝 상장사의 수장들은 주주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에스엠의 전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개인회사로 논란을 빚었던 라이크기획에 외주기획료(인세)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원을 받았고, 에프엔씨엔터의 한성호 대표는 2015년 방송인 유재석을 영입하기 전 주식 100만주를 블록딜 형식으로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국내 엔터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면서 엔터사의 수장들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K팝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서고, 외국인의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면서 수장들이 직접 미래 기업가치와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라이크기획 논란에서 시작해 결국 경영권 분쟁 끝에 에스엠을 떠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제는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이 힘을 합쳐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와이지엔터는 양 프로듀서의 장내매수에 대해 책임경영을 넘어서 '직접 선봉에 서서 새로운 판을 짠다'고 표현했다.

와이지엔터 관계자는 "국내외 오디션을 통해 글로벌 신인을 발굴, 육성해 올해 안에 한팀 이상의 신인 그룹을 발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올해 아티스트의 다양한 활동 및 글로벌 마켓 공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이러한 의지와 노력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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