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된 노선버스도 운행' 차령 연장 개정안에…"안전·탄소중립 어쩌고"

이동희 기자 2024. 1. 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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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논의…자동차업계 반발
노후 버스엔 안전장치 장착 어려워…내연기관 버스 못줄여 친환경차 전환 차질
서울 시내를 주행 중인 노선버스들(특정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2023.8.2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시내버스 및 광역버스 차량의 노선버스 투입 기간을 현행 11년에서 최장 16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논란이다. 버스 노후화로 승객 불편과 안전 우려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내·광역버스 차령 최장 16년 연장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법사위 논의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버스 차량 운행 기간을 규정하는 내구연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개정안은 노선버스 운행 가능 기간을 현행 11년에서 최장 16년으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노선버스 차량을 최대 9년까지 운영하되 도로교통공단 검사에 합격한 차량에 한해 2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은 천연가스(CNG)버스와 대중교통 부족 지역 등의 경우 버스 차령(車齡)을 5년까지 연장할 수 있고, 전기 및 수소전기버스는 최대 7년까지 더 늘릴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현재 세계대중교통협회(UITP)가 밝힌 버스 차량 수명은 12년이다.

개정안을 두고 운수업계와 자동차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운수업계는 버스 제작 기술이 발전했고, 배기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차량 도입 등으로 시장 환경이 바뀌어 차령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달리던 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하고 있다. (특정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 뉴스1 ⓒ News1

◇노후 버스 비상자동제동장치 등 안전장치 장착 불가능…시민 안전 우려

반면 자동차업계는 10년 이상 노후 버스의 경우 최신 안전보조장치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승객 불편과 안전 우려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규모 운수회사의 경우 차량 보증기한 이후 필요한 정비를 제때 실시하지 못해 정비 부실로 인한 화재 발생 등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7년 차령이 적법하게 연장된 시내버스가 주행 도중 엔진 화재로 승객 6명이 긴급 대피했고, 다음 날 같은 회사 소속 노후 버스가 또다시 운행 중 불이 나 멈춘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 원인으로 정비 불량이 꼽혔다.

또 현재 10년 이상 운행한 노후 버스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등 첨단 안전장치 의무 장착 대상이 아니다. AEBS는 범퍼 등에 설치된 센서로 주행 중 추돌 위험을 감지해 자동으로 차량을 멈춰주는 장치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이후 출시 차량에는 AEBS와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적용을 의무화했다"며 "그 전 생산 차량의 경우 권고사항이며, 2015년 이전 출시된 버스는 차량 부품을 잇는 시스템이 없어 AEBS 장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시에서 자율전기버스가 정부세종청사 BRT 정류장을 향해 운행하고 있다. (특정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 뉴스1 ⓒ News1

◇버스 수명 연장 혜택 '내연기관차' 집중…친환경버스 전환 목표 달성 차질 우려

버스업계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평균 2350대, 향후 3년간 약 7000대의 시내버스가 폐차되지 않고 계속 도로를 누빌 것으로 봤다.

차령 연장 혜택 버스는 대부분 디젤 또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이다. 디젤버스는 일반 승용차보다 온실가스는 30배, 미세먼지는 43배 이상 배출한다. 천연가스버스 역시 1㎞당 이산화탄소 968.55g, 질소산화물 0.797g을 뿜어낸다. 전기 및 수소전기버스는 주행 시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버스 차령 연장 시 정부의 친환경차 전환 목표 달성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일환으로 시내버스 등을 수소버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기준 582대의 수소버스를 2024년까지 2700대, 2027년 9000대, 2030년 2만1200대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다. 차령 연장으로 기존 내연기관 버스의 차령이 과도하게 늘면 정부의 친환경차 전환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 일각에선 개정안이 교통약자 이동 편의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교통당국의 검사로는 차량 운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샤시, 엔진 등의 문제 여부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며 "논의 중인 법 개정안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차령 연장 시 버스 수요 감소로 중소 부품사에 악영향을 끼치는 한편 중국산 버스의 국내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봤다.

국내 버스 및 트럭 부품을 만드는 협력사 1000여 곳 중 상당수는 중소기업이다. 버스 시장 침체로 상용차 매출 비중이 절반이 넘는 20여개 부품사의 2022년 평균 이익률은 1% 수준이다. 이들의 경영난이 더 악화하면 신기술 개발 동력 상실뿐 아니라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용 부품사의 어려움으로 인한 빈자리를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산 버스가 파고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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