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PGA투어 뒤집은 20세 아마 닉 던랩의 신화

방민준 2024. 1. 2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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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
202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을 차지한 아마추어 선수 닉 던랩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앨라배마대학 2학년인 닉 던랩(Nick Dunlap·20)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 개최 2주 전 어느 날 PGA투어닷컴의 선임작가 폴 호도워닉(Paul Hodowanic)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골프전문 저널리스트인 호도워닉은 던랩에게 "혹시 다음 주 일요일 밤에 해야 할 숙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던랩은 "네"라고 대답했으나 곧 "그래도 아마 숙제를 하고 있진 않을 거예요"하고 말했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를 비롯해 2020 도쿄올림픽 우승자 잰더 쇼플리, 메이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 등 PGA투어 강호들이 출전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에서 대선수들을 꺾고 30년 만에 아마추어로서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던랩의 신화가 알을 깨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주 후 주최 측 초청으로 18~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4개 골프코스에서 열린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에 참가한 던랩은 기적 같은 플레이로 최종 합계 29언더파 259타를 기록, 남아공의 크리스티안 베자위덴하우트를 한 타 차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대회는 라킨타의 PGA웨스트 니클라우스 토너먼트코스와 라킨타CC, PGA웨스트의 스타디움코스에서 각각 1~3라운드를 치른 뒤 마지막 4라운드를 PGA웨스트 피트 다이 스타디움코스에서 벌인다.



 



던랩은 PGA웨스트 니클라우스 토너먼트코스에서 열린 첫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로 공동 5위, 라킨타CC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중간합계 15언더파로 공동 3위로 올라왔다. PGA웨스트 스타디움코스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던랩은 이글 1개와 버디 10개로 12언더파 60타를 몰아쳐 중간합계 27언더파 189타를 기록, 세계 랭킹 24위 샘 번스를 3타차로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라운드마다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뽐낸 던랩은 PGA웨스트 피트 다이 스타디움코스에서 벌어진 4라운드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혈투 끝에 대선수들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클라이막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3타차 선두로 앨라배마대학 대선배 저스틴 토마스, 샘 번스와 함께 출발한 던랩은 7번홀(파4)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경쟁자들과 접전을 벌여야 했다. 이후 16번 홀까지 버디 3개를 더해 같은 조의 샘 번스와 공동선두가 된 던랩은 17번 홀(파3)에서 번스가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틈을 타 선두에 올랐다. 1타차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낸 베주이덴하우트가 연장전을 고대하고 있었지만 던랩은 침착하게 파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지었다.



 



아마추어의 PGA투어 우승은 필 미컬슨(53)이 1991년 노던 텔레콤에서 우승한 이후 33년 만이다. 1940년 이후 PGA투어 공식대회에서 아마추어가 우승한 예는 캐리 미들코프(1945년) 프레드 하스(1945년) 프랑크 스트라나한(1945, 2948) 진 리틀러(1954년) 더그 샌더스(1956년) 스콧 버플랭크(1985년) 그리고 필 미컬슨에 이어 던랩이 8번 째다. 



 



던랩은 또한 PGA투어 역대 두 번째 어린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겼다. 역대 최연소 우승자는 2013년 20세에 존 디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조던 스피스으로 던랩보다 단 며칠 어렸다. 던랩은 또 이 대회 최저타 기록(2014년 패트릭 리드의 28언더파)도 깼다. 세계랭킹은 지난주 세계 4129위에서 무려 4061계단이나 점프한 68위로 뛰었다.



 



아마추어 신분이라 우승 상금 151만 2000달러(약 20억 1000만원)는 2위 베주이덴하우트에게 돌아갔다. 대신 던랩은 PGA투어 2년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당장 프로로 전향할 경우 그는 올해 모든 시그니처 대회와 PGA 챔피언십, 마스터스에 출전할 수 있다. 아마추어 자격으로 확보한 마스터스, 디 오픈 출전권은 사라지지만 US오픈은 참가할 수 있다. 던랩은 "프로 전향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주변 분들과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던랩은 2003년 12월 23일 생이니 갓 만 20세가 됐다. 앨라배마주 헌츠빌 출신으로 앨라배마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으로 전공은 금융학이다. 신장 190.5cm로 골퍼로서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 초중과정만 학교 교육을 받고 고등학교 과정은 홈스쿨링을 하면서 좋아하는 골프에 몰두했다. 



 



던랩 신화의 알은 일찌감치 배태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앨라배마 하일랜드GC에서 11언더파 59타를 쳐 코스 레코드를 세웠다. 2018년 앨라배마 주니어챔피언십 우승, 2021년 주니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위, 주니어 PGA챔피언십 2위. 2021년 더스틴 존슨 월드 주니어 챔피언십 우승, 2022년 US주니어 챔피언십 우승 등 각종 주니어대회를 휩쓸었다.



 



앨라배마대학에 진학해서도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 2022년 골프위크에 의해 주니어골퍼 1위로 선정되는가 하면 2023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차지하며 저스틴 토마스를 이을 앨라배마의 예비 골프스타로 지목됐었다.



 



US주니어아마추어선수권과 US아마추어선수권을 제패한 선수가 타이거 우즈와 던랩 단 두 선수뿐이라는 사실은 PGA투어에서 그의 미래를 가늠케 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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