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대 ERA’ 만든 ‘2번의 서산행’…주현상, “승리 기회 살리는 투수 되고 싶다”
2015년 야수로 프로에 입문한 주현상(32·한화)은 투수로 전향한 지 4년 만인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는 2023시즌 55경기 2승2패 12홀드 평균자책 1.96의 성적을 거두며 팀의 핵심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팀에서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투수는 주현상이 유일하다. 지난 19일 선수단 프로필 사진 촬영이 진행되던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만난 주현상은 “투수를 하면서 1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는 것이 뿌듯하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가 투수로서 결실을 보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장 지난 시즌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주현상은 3경기 1패 평균자책 4.50으로 부진하며 일주일 만에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서산에서 한 달 넘게 시간을 보낸 뒤 1군의 부름을 받은 그는 이번엔 열흘 만에 다시 2군으로 떨어졌다. 주현상은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2군에서는 잘하고 있는데, 1군에는 올라가지 못하니까 정말 힘들었다”고 당시 속마음을 전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기회를 기다렸다. 대전에 홀로 있던 임신한 배우자를 생각해서라도 1군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기량을 갖춰야 했다. 주현상은 “기술적으로는 박승민 코치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익스텐션(발판부터 공을 놓는 손끝까지 거리)을 더 길게 늘였다”며 “새 동작에 적응한 이후에는 구속도 잘 나왔고, 변화구를 더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질 수 있게 돼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일간 두 번째 담금질을 거친 주현상은 시즌 초반과는 다른 투수가 돼 나타났다. 그는 6월16일 키움전부터 7월26일 키움전까지 13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추격조 등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에 투입되던 그는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 후반기에는 한화 불펜의 핵심 계투 요원으로 뛰었다. 그는 “(최)재훈이 형의 사인에 따라 타자들과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했던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처음에는 중요한 상황에 투입되는 것이 부담됐는데, 이젠 그런 상황에서 던지는 게 집중도 잘 되고 편하다”고 했다.
주현상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꾸준히 개인 운동을 하면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방어율이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지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며 “이길 기회를 최대한 많이 살리는 투수, 팀이 최대한 많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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