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한국이 누가 독일 이기리라 생각을…", 일본에 기적승 연출 원하는 신태용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조별리그 1승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16강 진출에 있어 심리적으로 무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24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의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최종전을 갖는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 심정이 딱 그렇다. 베트남에 1-0 승리로 승점 3점을 수확하며 일본에 골득실에서 밀려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라크가 일본을 2-1로 꺾고 승점 6점으로 1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인도네시아가 이라크에 1-3으로 패해 혹시라도 일본을 이기고 승점 6점을 만들어 동률이 되더라도 승자승 우선 원칙에서 밀려 2위 이상을 할 수가 없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에 최소 무승부 이상을 거둬야 6개 조 3위 상위 4팀에 주어지는 16강 티켓을 노릴 수 있다. 3점으로도 16강 진출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4점이라면 안정권이다. 아예 승리해 6점을 만드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양팀의 전력 차이는 상당하다.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42위로 17위인 일본과는 엄청난 거리감을 자랑한다.

일본축구협회(JFA)가 밝힌 인도네시아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10승2무6패, 39득점 25실점으로 우위다.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 시절까지 포함한 전적이다. 다만, 가장 최근 겨루기가 1989년 6월 11일에 5-0으로 이긴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었다. 무려 35년 만의 만남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인도네시아가 일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번 대회 경기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라크와의 첫 경기도 1-3으로 졌지만, 주심의 애매한 판정이 아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알 수 없다.

▲ 인도네시아는 베트남을 꺾고 1승1패를 기록했다. 일본과 최종전에서 최소 무승부 이상을 거둔다면 16강 진출도 가능하다. ⓒ연합뉴스/REUTERS/AP/AFP

일본의 전력도 불완전하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가 자신감을 갖고 도전 가능한 조건이다.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 호브 알비언)은 여전히 훈련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혼혈 골키퍼 스즈키의 실수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일련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신태용 감독이다. 인도네시아 매체 '데틱'은 22일 신 감독의 발언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그는 "일본의 FIFA 랭킹은 17위라 쉽지 않다. 다만, 조금의 가능성이 있다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일본은 이라크에 패했다. 작은 기회라도 활용해야 한다"라며 누구도 예상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승리 가능성을 노래했다. 불가능은 없다는 신 감독은 "베트남전처럼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통계 업체 '옵타'의 확률 예측도 인도네시아의 사기를 높인다. 66.4%의 확률도 인도네시아가 16강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 예측은 타지키스탄(53.4%)이 레바논(32.8%)을 2-1로 이기고 카타르와 함께 16강에 오르기 전 나온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3위 그룹 중 상위권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만(57.6%), 바레인(89%) 등이 인도네시아와 함께 높은 확률을 자랑한다.

이를 두고 일본의 '풋볼 채널'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은 것을 상기했다. 당시 신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매체는 신 감독의 발언을 인용해 "(월드컵에 나섰던) 감독으로 경험이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그 누구도 (한국이) 독일을 이긴다고 예상하지 못했다.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겠다"라며 이변을 연출하기 위한 준비를 해내겠다는 다짐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