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조연 진(Gin)…이젠 주연이 되고 싶어
진(Gin)은 그동안 ‘주류’ 무대에서 주인공은 아니었다. 주로 진토닉, 마티니의 베이스로 인식되어 온, 섞어 마시는 술로 여겨졌다. 하지만 위스키나 보드카처럼 니트(Neat · 다른 것을 첨가하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것)로 즐기기에 손색없는 진도 있다. 호주와 일본, 대만 등지에서는 이미 상당 기간 동안 진을 니트로 마시는 문화, 즉 시핑 진(sipping gin)이 자리잡고 있다.
만년 조연이던 진의 강점을 살린 멜버른진컴퍼니(MGC)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이 브랜드는 호주의 와인 메이커 앤드루 마크스가 2012년 설립한 것으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의 유수 스피리츠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대표적인 제품은 싱글샷, 드라이진, 네그로니 등이다. 싱글샷은 2022년 글로벌 진 마스터즈 대회에서 진 마스터로 선정됐다. 주니퍼베리를 메인으로 오렌지껍질, 포도, 라벤더 등 7가지 식물을 증류해 맛을 냈다. 신선하고 상큼한 첫맛이 이어지다 반전하듯 알싸한 뒷맛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도수는 47.4도. 드라이진은 끈적한 맛의 여운이 길게 이어지며 목 넘김이 부드럽다. 이달 중 본격적으로 판매될 네그로니(드라이진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는 감미로운 달콤함이 매력적이다. MGC 네그로니는 2017년 멜버른에서 열린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세계 식음 전문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칵테일로, 이를 병입한 것이다. 격조 있는 자리나 캐주얼한 자리에 두루 어울리는 맛이다.
진은 주니퍼베리(노간주나무 열매)가 주된 재료다. 여기에 다른 향신료를 넣으면 그에 따른 다양한 맛이 나온다. 진의 향은 알싸하면서 달콤함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인데, 종종 화장품이나 향수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실제로 진과 향수 제조에 사용되는 식물 원료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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